땅이 얼어붙고 찬바람이 몰아쳐도 라운드를 포기하지 않는 골퍼들이 꽤 있다. 샷은 제대로 안되지만 방에서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운동 삼아' 골프장을 찾는 것이 낫다는 열혈골퍼들이다.

하지만 겨울 골프는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운이 작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겨울 골프를 제대로 즐기는 법을 살펴본다.

◆순발력이 중요하다

코스 내 물은 꽁꽁 얼어 있다. 볼이 워터해저드에 빠질 경우 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치면 된다. 벌타는 없다. 더욱 얼음이 두껍고,볼이 칠 만한 라이라면 얼음 위에서 샷을 해볼 만하다. 1타를 줄일 수 있지 않은가.

또 파3홀 그린 앞이 연못이고,그곳이 얼어 있다면 한 클럽 짧게 잡아 볼이 얼음에 맞고 튀어 그린에 오르게 할 수도 있다. 운이 따라야 하겠지만,클럽 선택시 그런 순발력도 필요하다.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 6번홀(파5)처럼 그린 앞에 긴 해저드가 있을 경우 다른 계절에는 시도하지 못하는 '2온'도 노려볼 만하다. 물론 두 번째 샷을 얼음에 떨군 뒤 바운스의 힘으로 그린에 오르게 하는 것이다.

벙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볼이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졌는데,벙커턱이 낮을 경우 굳이 샌드웨지로 '폭발샷'을 할 필요가 없다. 퍼터로 치는 것이 안전한 길이다. 모래가 얼어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때 힘 조절이 관건이다. 벙커턱 높이,통과해야 할 벙커 너비,깃대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대체로 그린의 같은 거리에서 퍼트할 때보다 3배 정도의 힘으로 쳐주면 볼은 벙커를 탈출하게 된다.

◆'하수'가 '고수'를 이길 수 있는 기회다

겨울에도 스코어는 고수가 하수보다 좋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변 가능성은 다른 계절보다 높다. 친 볼이 예측 불가능한 곳으로 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드라이버샷은 얼어 있는 땅에 맞아 거리가 더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단타자'라도 겨울에는 장타자 못지않게 볼이 멀리 가는 수가 있다.

그린은 어떤가. 어프로치샷이 그린에 곧바로 낙하하면 튀어서 뒤로 넘어가버리기 일쑤다. 고수들도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샷을 직접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도 레귤러 온이 잘 안되는 하수들과 차별화가 별로 안된다. 그린 스피드도 가늠하기 힘들다. 그린이 얼었을 때와 햇볕이 나면서 녹았을 때의 스피드가 다른 까닭이다. 이 같은 이유로 고수의 스윙리듬이 깨졌을 때 집중력을 높여 플레이하면 모처럼 '분풀이'를 할 수 있다.

◆겨울 장비를 많이 준비할수록 스코어가 줄어든다

방한복,양손 장갑,손과 볼을 덥히는 간이 난로 등은 필수품이다. 요즘엔 복부나 발에 붙이는 '핫팩'까지 나왔다.

여기에 다양한 길이의 티를 준비하라.겨울엔 땅이 얼어서 티가 잘 꽂히지 않는다. 티를 꽂고 티높이를 조절하는데 시간이 걸리면 나중에는 티를 대충 꽂고 샷을 하게 된다.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가는 일이 많다. 친 다음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다양한 길이의 티를 갖고 있으면 원하는 티높이를 맞추는 데 문제가 없고,꺼림칙한 구석이 없이 평소처럼 티샷을 날릴 수 있다. 요컨대 겨울 골프 장비를 많이 준비할수록 스코어가 줄어든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