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前청장부인 "식사하는 자리에서 받았다"
국세청 "만난적도 없는데…인사청탁 말도 안돼"

수뢰 혐의로 수감 중인 전군표 전 국세청장(55)이 청장 재임 시절 한상률 국세청장(56 · 당시 차장)에게서 고가의 그림을 선물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 청장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 전 청장의 부인인 이모씨(50)는 12일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남편이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던 2007년 초 한상률 당시 국세청 차장 부부와 시내 모처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고 그 자리에서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씨가 받았다고 주장하는 그림은 고 최욱경 화백(1940~1985)이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38×45.5㎝ 크기의 추상화인 '학동마을'.추정가가 3000만~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당시만 해도 그 그림이 고가인 줄 몰랐다"며 "그냥 선물용 · 장식용 그림인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또 "남편(전 전 청장) 변호사 비용 등으로 돈이 필요해 혹시 그림을 처분할 수 있는지 작년 10월께 지인에게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당시 한 차장 부부에게서 "모 지방청장이 공직자 신분이면서도 종교재단에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는 점을 조사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모 지방청장은 한 청장의 행시 동기로 한 청장의 유력한 경쟁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장은 이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국세청은 이날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전 전 청장 부부와 한 청장 부부 4명만이 만난 사실조차 없다"며 "따라서 4명이 있는 장소에서 인사 청탁,그림 전달 운운하는 일부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10개국 국세청장 회의 참석차 일본에 가 있는 한 청장은 "(모 지방청장을 밀어내기 위해)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것은 인격 모독"이라며 "이런 일이 생겨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 청장은 13일 귀국한다.

한 청장이 전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성' 그림 선물을 줬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국세청 직원들은 처음에는 크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직 청장들이 줄줄이 구속된 상황에서 자기 관리가 철저한 한 청장이 연루될 경우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청장이 오후 늦게 공식적인 부인을 하고 나서자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이씨의 주장이 나온 시기가 개각이 임박한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일부 직원이 악의성 투서를 했을 수도 있다"며 "갤러리 관계자와 국세청 인사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그림은 가인갤러리에 매물로 나와 로비에 걸려 있다. 가인갤러리 관계자는 "이씨가 작년 10월께 이 그림을 들고와 돈이 필요하니 가급적 빨리 팔아달라고 부탁했다"며 "12월에 정식으로 판매위탁 약정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서욱진/김경갑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