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증시 이번주부터 4분기 어닝시즌 개막
수급 뒷받침 하던 외국인 매수 재개 여부 관심

글로벌 증시가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인한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4분기 한 · 미 기업 어닝시즌이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미국은 1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를 시작으로 오는 15일 인텔이 실적을 내놓는다. 우리 증시도 15일 포스코가 스타트를 끊고 LG디스플레이 현대차 삼성전자 등으로 실적 공개가 이어진다.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는 최악의 실업사태에다 기업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감으로 조정 양상을 보였다. 4분기 실적 악화는 이미 상당부분 시장에 알려진 상황이어서 급락을 이끌 정도는 아니지만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20일선(1160선) 지지에 실패할 경우 60일선이 있는 1100대 초반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 미 증시 어닝시즌 돌입

10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12일 알코아가 장 마감 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4분기 어닝시즌에 본격 돌입한다. 알코아는 이미 지난 6일 전체 인력의 13%에 달하는 1만3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혀 실적 악화를 예고했다. 이 회사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0.0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에는 기술주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의 실적이 공개된다. 인텔의 4분기 EPS는 전년 동기의 3분의 1 수준인 0.1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인텔의 주당순이익 추정치는 작년 4분기 초보다 이미 절반 이상 낮아졌다"고 말했다.

S&P500 기업 전체 실적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팩트셋이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P500지수에 속한 회사들의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14일 발표되는 12월 소매 판매 현황이나 15,16일 잇달아 나오는 미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 지수는 경기 수준을 가늠할 주요 지표로 꼽힌다.

우리 증시도 15일 포스코 대한제강 에스원 등을 시작으로 어닝시즌이 본격화된다. 이어 LG디스플레이 제일기획(16일),KT&G 이노텍(21일),LG전자 현대차 하이닉스(22일),삼성전자 삼성전기 기아차 SK텔레콤(23일) 등으로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1차 구조조정 대상인 건설 · 조선사들도 이달 중순부터는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실적 발표는 증시 부담

시장이 실적 악화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16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미 12월 실업률처럼 주요 경기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기업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바마 취임 날짜가 다가오면서 정책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는 점과 실적 시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악재에 민감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미 증시 불안으로 지난주 후반부터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주식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실과 기대 사이의 기로에 선 증시는 어닝시즌에 대한 부담감 극복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들어서만 1조3000억원 이상 사들인 외국인은 지난주 후반 이틀간 2100억원 넘게 내다 팔며 1200선 위에서는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그동안 주가 하락에 경기 침체가 선반영된 것도 사실이어서 악재에 따른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적어도 반등을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 팀장은 "실적 시즌 진입에 따라 차별화 장세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그나마 실적이 견조한 에너지 통신,소비주에 대한 제한적인 접근을 권한다"고 말했다.

서정환/이미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