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한마디 협의도 없이 대주주 책임 저버려"

자금부족에 시달려온 쌍용자동차가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경영권을 포기,국내 철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이날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기업 회생절차개시 및 재산보전처분,포괄적 금지명령 등을 법원에 접수하는 게 최선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최대주주의 경영권 행사가 중지되기 때문에,상하이차가 사실상 쌍용차 경영에서 손을 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986년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출범한 쌍용차는 향후 제3자에 매각되거나 청산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유동성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서다. 부품 협력업체들에 발행해준 어음의 만기가 계속 돌아오고 있는데,판매부진 탓에 현금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상하이차는 추가 유동성을 투입해도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진 쌍용차 홍보 · 기획담당 상무는 "내수 및 해외판매 감소로 적자폭이 커졌고 금융경색으로 정상적인 자금조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 및 금융기관과의 협의도 실패해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와 함께 △희망퇴직 시행 △순환 휴직을 통한 평균임금 50% 축소 △향후 2년간 임금삭감(10~30%) △승격,승호,채용 동결 △복지지원 잠정 중단 등을 통해 고정비 지출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다만 그동안 지급을 보류했던 작년 12월 임금 및 상여금의 경우 임직원 생계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이날 지급했다.

쌍용차의 경영을 책임져온 최형탁 사장 및 장하이타오 대표이사는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사임했다. 쌍용차 대표는 란칭송 수석 부사장이 맡게 됐다.

이에 대해 노조는 "상하이차가 한 마디 협의도 없이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규모를 분석해 공개하는 한편,대주주를 대상으로 위법사항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지분 51.3%를 갖고 있는 상하이차가 완전 철수를 결정하면,상하이차도 인수대금 59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기술확보를 통해 얻은 이익이 이를 상쇄하고 남는다는 관측도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