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강세…중국산보다 10~20% 싸게 팔수있어
기술력에선 日에 못지않아…새로운 수출활로


#1.작년 9월,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본(Born)시.승용차용 알루미늄 휠 제조업체 A사와 네덜란드 유일의 승용차 생산업체인 네드카(Nedcar)사 대표가 연간 120만유로어치의 수출계약서에 최종 사인했다. A사 대표는 원가 절감과 품질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한국산(産)이 최적이라는 점을 설득해 자동차부품 업체로선 첫 네덜란드 진출을 이끌어냈다.

#2.선박 엔진부품 전문업체인 B사는 최근 영국 시장에 처음 상륙했다. 엔고(高)로 기존 공급처인 일본 기업들이 납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되자 영국 선반회사가 고민에 빠졌고,B사는 이 틈새를 집중 공략한 것.끈질긴 설득 끝에 작년 말 1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출 활로를 열고 있는 한국의 강소(强小)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웃소싱 다변화에 나선 해외 기업들을 집중 공략한 덕분이다. 엔화와 위안화가 동시에 절상돼 한국산이 보기 드문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도 호재다. 자동차,선박 엔진부품,섬유,식품,화장품 등 각 품목에서 국내 수출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예상밖의 틈새시장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세계 산업구도가 통째로 흔들리면서 예상밖의 틈새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우울하게 표현한 샌드위치론을 잠재울 기회"라고 설명했다.

국내 부품 · 소재산업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재평가는 '역샌드위치론'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력에선 일본 등 선진국 제품에 못지 않고,중국 등 후발국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경쟁사를 제치고 캐나다 업체에 연간 300만달러를 수출하기로 한 C사(윈도 스위치 등 자동차부품),중국산에 밀려 한때 진입을 포기했다가 최근 호주에서 가장 큰 터보차량 부품업체와 계약을 성사시킨 D사(실리콘 호스 등 자동차부품)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중국산보다 가격이 싸기는 처음"

원화가치 하락 덕분에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국내 수출기업들에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에 거점을 두고 있는 레이저 프린터용 재활용 토너 카트리지를 생산하는 C사 대표는 "위안화 강세 덕분에 현지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우리 제품이 중국산보다 10~20% 저렴해졌다"며 "중국산 대비 가격 우위를 점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작년 1월(평균) 100엔당 872원이던 원 · 엔 기준 환율은 8일 현재 1431원으로 60%가량 급등했다. 원 · 위안 환율 역시 지난해 1월 130원에서 이날 194원까지 뛰어올랐다.

미국 플로리다에 의료용 체혈침을 수출하고 있는 E사 대표는 "멜라민 파동 이후 중국산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환경도 좋아져 작년 4분기 수출액이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꾸준히 쌓아 온 브랜드 효과도 이 같은 변화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창엽 KOTRA 케냐 나이로비 센터장은 "삼성 휴대폰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식돼 고위 공직자 접대용 선물로 활용될 정도"라며 "중국산 식품의 멜라민 파동까지 겹쳐 조금 비싸더라도 한국산을 구매하겠다는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