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상공회의소 분리로 촉발된 전남 순천과 광양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순천·광양상공회의소는 올해 처음으로 신년 인사회를 갖지 않았다.지난 1942년 설립한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7일 순천·광양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6,7일로 예정된 신년인사회 개최 문제를 놓고 고민했지만 광양상공회의소 독자 설립인가 결정 이후 분위기가 좋지 않아 행사를 열지 않기로 최종결정했다고 밝혔다.순천ㆍ광양상의는 지난달 22일 광양상의 설립을 인가한 전남도를 상대로 광주지법에 상의 설립 인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설립인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나의 관할구역내에 두 개의 상공회의소를 중복해 설립 인가한 것은 상공회의소 제도와 상공회의소 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양상의는 전남도의 인가 결정 이후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정관 제정, 상의 집행부 구성 등 상의설립을 위한 구체적 작업에 착수중이다. (가칭)광양상공회의소 발기인회(대표 박상옥)는 오는 3월까지 의원선거, 의원총회, 설립등기 등의 절차를 밟아 반드시 독자설립을 이룩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서로간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상의가 제기능을 하지 못할 전망이다. 순천·광양상의 회원 400여 명 가운데 203명이 광양지역 상공인이고 순천·광양상의의 운영재원인 연회비 8억6000여만원의 70%가량인 6억원을 광양지역에서 내고 있다. 순천·광양상의가 광양상의 독자설립이 존립기반을 흔드는 중대한 사태로 보고 있는 이유다. 광양상의도 양지역의 갈등을 우려한 전남도가 설립인가 조건으로 상당기간 숙려기간을 갖도록 권고했으며 대략 2년여로 예상되는 소송기간동안 양지역의 상의는 간판만 존재하는 ‘식물상의’전락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특히 이번 상의분리는 그동안 순천대학교 공대 광양이전문제로 벌어진 양지역간 틈새에 쐐기로 작용할 전망이다.순천대는 지난해초 광양시와 논의를 거쳐 공대를 광양으로 이전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자 순천시가 발끈했다. 광양시가 아무런 논의도 없이 대학을 빼가려는 의도로 규정한 것이다. 도심공동화에 따른 상권 위축을 우려한 순천지역 여론도 들끓었다. 여론악화로 순천대는 광양시로 부터 부지매입비 등 향후 12년간 60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공대이전 대신 광양캠퍼스 신설로 방향을 바꾸었지만 여기에 대학재정이 투입될 뿐 아니라 이전에 따른 본교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극렬한 반대여론에 직면하게된 것이다.
이같은 악재들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양지역의 숙원이었던 광양만권 통합문제는 이제 입에 조차 올리기 힘들 정도로 악화된 상태이다.

순천·광양 상의 서호기 부장은 “상의분리 주체들이 광양지역 상공인들이 아닌 정당과 시민단체 위주”라며 “이들의 지역이기주의와 자리욕심으로 상공인들이 눈치보고 주눅드는 해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양지역이 통합으로 가야하는 마당에 상의분리로 자꾸 꺼꾸로 가고 있으나 상의규정에 따라 분리가 되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 2이상 찬성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형배 광양상의 설립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순천·광양상의가 포스코와 광양항 등으로 기업도시 면모를 갖추고 있는 광양의 지역적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며 “전남도가 인가를 내주면서 지식경제부의 유권해석과 법제처의 자문을 거친 만큼 분리가 불가하다는 주장은 소수 기득권자의 억지”라고 밝혔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