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 회사채 거래가 늘면서 채권시장이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통화위원회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이후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채권수익률이 하락(채권값 상승)해 국고채와의 금리차인 스프레드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특히 오는 9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면서 우량 회사채 수익률의 하락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정부의 통화완화 정책이 이어지며 우량 회사채 시장은 회복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BBB급인 중견기업 등의 회사채는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거래와 신규 발행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우량기업 회사채 수익률 작년 9월 수준

새해 들어 우량 회사채는 거래가 증가하는 가운데 수익률이 하락세다.

6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 회사채 수익률은 전날 0.22%포인트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0.05%포인트 떨어져 연 7.46%로 내려갔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19일(7.40%)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0.01%포인트 하락해 회사채 스프레드는 4.12%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저 수준이다. 매수세가 없어 치솟기만 했던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달 금통위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를 계기로 내림세로 꺾였다.

회사채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거래대금은 금융지주의 은행채 발행물량이 확대된 영향이 크지만 10조599억원으로 전달(42조868억원)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정범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4일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운용 방안이 나온 이후 유동성 우려감이 크게 줄어들면서 부도 위험이 낮은 우량 회사채와 공사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9일 금통위가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앞으로 더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줄어 국고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대신 회사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위원은 "1차분 채권안정펀드 자금이 4조5000억원 남아 있고 추가로 5조원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우량 회사채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등급 BBB급 이하 회사채가 문제

그렇지만 BBB급 회사채는 여전히 거래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 BBB+이하 회사채는 지난해 11월 200억원어치가 발행된 이후 이날까지 발행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거래규모도 지난달 320억원에 불과했다. 이달 들어서도 8억원어치가 거래됐을 뿐이다.

증권사 채권영업 직원은 "A급 회사채조차 호가만 있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BBB급은 거의 외면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범 연구위원은 "미국에서조차 신용위험이 높은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한은의 유동성 공급이 크게 늘어난다면 우량 회사채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BBB급 회사채 수요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우선 구조조정 문제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경기회복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