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배ㆍ조성제의 의식동원] (醫食同源) ⑥ 북어ㆍ끝 ‥ 포실하고 시원한맛 …겨울 숙취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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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엔 땅콩보다 마늘
토마토엔 설탕ㆍ소금 "NO"
한 해를 보내고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다짐한다. 새해 계획을 짜다 보면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많아 자연히 술을 마시는 날도 늘어난다. 겨울철 술자리가 잦은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겨울철이면 집집마다 북어 패는 소리가 울렸고 고소한 북엇국 내음이 골목을 진동했다. 이런 풍경은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래 전도 아니다. 그러나 이제 북엇국은 식당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그런데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진한 국물과 고소한 북어의 식감 대신에 보드라운 황태국을 더 많이 찾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기호의 변화가 국 하나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황태국은 부드럽고 연하다. 북엇국은 포실하고 진하다. 황태가 '보졸레 누보' 같다면 북어는 '샤토 마고' 같다. 명태가 와인처럼 가공 과정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다.
북어는 지금 '마른' 명태(明太)를 지칭하는 단어가 됐지만 본래는 똑같이 명태를 지칭하는 일반 명사였다. 기록 상으로는 오히려 명태보다도 100년이 앞선 이름이었다. 1530년에 씌어진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명태란 말 대신에 무태어(無太魚),북어(北魚)란 이름이 나온다. 명태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1652년의 《승정원 일기》가 처음이다. 북어는 '북쪽에서 나는 생선'이란 의미이고 명태는 주산지였던 함경도 명천(明川)에 사는 태(太)씨란 사람이 잘 잡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이 붙는 생선도 없다. 맥주 안주로 즐겨 먹는 작은 명태인 노가리에서,반쯤 말린 코다리,꽁꽁 얼린 동태,날것 그대로의 생태,그리고 동해 바다와 산악 지대에서 말린 황태까지 수십 가지 이름이 붙어 있다. '포항의 청어,원산의 명태'라 불릴 만큼 한민족의 대표적인 생선이다. 명태를 겨울 바람에 몇 달 동안 말리면 노릇노릇하고 보드라운 황태가 된다. 술 안주로 좋고 술 해장국으로는 더 좋은 건어물이다. 이에 비해 북어는 국물을 내 밥과 같이 말아 먹으면 좋다. 투박하면서도 바다처럼 깊고 진한 맛은 어머니의 손길처럼 사람들의 속을 위로한다.
/박정배 음식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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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를 말려서 만든 북어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지방질이 적은 식품이다. 마른 포로 먹기도 하지만 북엇국으로 만들어져 술꾼들의 해장국으로 사랑받고 있다. 알코올은 체내에 흡수되면 간에서 대사되는데 이 때 단백질이 손상된 간의 재생을 돕는다. 하지만 단백질이 풍부한 대부분의 식품은 많은 지방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간을 회복시키는 한편 지방간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북엇국은 지방질이 적으면서도 단백질이 풍부해 훌륭한 해장국이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을 대사시키려면 많은 수분이 필요한데 북어 해장국은 수분을 공급해 술에서 빨리 깨어나게 한다. 많은 주당들은 어떻게 하면 술에서 빨리 회복될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각종 해장국은 물론이고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기능성 음료 등에 주저하지 않고 돈을 쓴다. 그러나 확실하게 술을 빨리 깨는 방법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과음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 /조성제 내과 원장(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