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사 안하면 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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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leech@kamco.or.kr>
새해다. 손수 적은 연하장부터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까지 여러 지인들로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신년 인사가 폭주하는 시기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문자메시지 도착 소리로 잠을 설친 탓에 올해도 어김없이 부스스한 신년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지만,메시지를 하나 하나 읽다 보면 그 사람과의 인연과 추억들이 떠올라 빙그레 웃음 짓게 된다.
사람들의 만남은 인사로 시작해 인사로 끝난다. 말 그대로 인사(人事)란 사람(人)을 섬기는 일(事)로,삶에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바쁜 출근시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들의 활기 차고 예의 바른 인사를 받는 날이면 왠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통해 관심과 배려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자세는 단순히 예의를 차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남에게 고개를 숙임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관심,존중,배려의 마음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기를 낮추는 겸허함을 갖게 된다. 인사는 상대방에게 하는 것이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그런데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정이 많고 친절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고 쑥스러움이 많아서인지 남에게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일에는 서툴다.
얼마 전 해외에서 열린 우리나라 기업인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우렁찬 박수 속에 회의를 주최한 대표께서 참석자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본 필자는 순간 당혹스러웠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에 뻣뻣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는 둥 마는 둥 인사하는 폼이 마치 영화에서 본 조폭 두목과 닮아 있었다. 물론 그 분이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을 가볍게 여겨 그랬을 리는 없다. 문제는 평소에 별 생각 없이 그런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우리 사회의 습관이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인들의 결벽증에 가까운 인사성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공직 생활을 일본에서 경험한 필자 역시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서너 차례씩 90도 가깝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그 곳 사람들에게 답례하느라 처음 얼마간은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생활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을 흉내 내 허리를 깊이 굽혀 공손히 인사해 보니 왠지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사성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선조들은 '군자가 예절이 없으면 역적이 되고,소인이 예절이 없으면 도적이 된다'(《명심보감》)는 살벌한 말로 자녀들을 교육했을까. 요즘은 '인사 잘하는 아이가 커서 돈도 잘 번다'며 영어 단어 대신 인사 제대로 하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경제 위기로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 모쪼록 관심과 배려가 담긴 인사로 서로에게 위안과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새해다. 손수 적은 연하장부터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까지 여러 지인들로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신년 인사가 폭주하는 시기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문자메시지 도착 소리로 잠을 설친 탓에 올해도 어김없이 부스스한 신년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지만,메시지를 하나 하나 읽다 보면 그 사람과의 인연과 추억들이 떠올라 빙그레 웃음 짓게 된다.
사람들의 만남은 인사로 시작해 인사로 끝난다. 말 그대로 인사(人事)란 사람(人)을 섬기는 일(事)로,삶에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바쁜 출근시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들의 활기 차고 예의 바른 인사를 받는 날이면 왠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통해 관심과 배려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자세는 단순히 예의를 차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남에게 고개를 숙임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관심,존중,배려의 마음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기를 낮추는 겸허함을 갖게 된다. 인사는 상대방에게 하는 것이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그런데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정이 많고 친절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고 쑥스러움이 많아서인지 남에게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일에는 서툴다.
얼마 전 해외에서 열린 우리나라 기업인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우렁찬 박수 속에 회의를 주최한 대표께서 참석자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본 필자는 순간 당혹스러웠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에 뻣뻣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는 둥 마는 둥 인사하는 폼이 마치 영화에서 본 조폭 두목과 닮아 있었다. 물론 그 분이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을 가볍게 여겨 그랬을 리는 없다. 문제는 평소에 별 생각 없이 그런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우리 사회의 습관이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인들의 결벽증에 가까운 인사성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공직 생활을 일본에서 경험한 필자 역시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서너 차례씩 90도 가깝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그 곳 사람들에게 답례하느라 처음 얼마간은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생활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을 흉내 내 허리를 깊이 굽혀 공손히 인사해 보니 왠지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사성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선조들은 '군자가 예절이 없으면 역적이 되고,소인이 예절이 없으면 도적이 된다'(《명심보감》)는 살벌한 말로 자녀들을 교육했을까. 요즘은 '인사 잘하는 아이가 커서 돈도 잘 번다'며 영어 단어 대신 인사 제대로 하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경제 위기로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 모쪼록 관심과 배려가 담긴 인사로 서로에게 위안과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