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2일 원내대표단이 만든 협상안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쟁점법안에 대한 타협 가능성은 낮아졌다. 원내지도부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코너에 몰렸다.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협상 가안에 대해 이날 당 최고위원들이 "너무 많이 양보했다"며 전원 반대의견을 던진 것이다. 그는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원내대표 회담 직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반대 기류를 전하면서 "기존 안을 그대로 들고 협상장에 들어갈지 수정안을 만들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날 "당내 강경파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던 여유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강경론으로 돌아선 건 한·미 FTA 비준동의안,금산분리 완화,출총제 폐지,미디어법 개정안 등 정부와 여당의 경제살리기 법안을 주고받기 식으로 양보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최고위원들은 "어차피 예산안은 통과시킨 만큼 장기전으로 가자"고 했다고 홍 원내대표는 전했다. 최고위원들은 특히 "민주당의 폭력적 점거상태를 해소하지 않고 협상하면 악선례를 남기게 돼 앞으로도 대처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국 정상화라는 명분을 위해 원칙 없이 타협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다.

앞서 원희목 의원 등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22명은 "한나라당 지도부는 경제살리기 법안을 비롯한 개혁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사정도 비슷하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도출된 가합의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으나 '수용 곤란'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원내대표 회담도 진전 없이 20분 만에 끝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문국현 변수'였다. 새해부터 선진과 창조의 모임의 원내대표를 맡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회담에 참석하자 홍 원내대표가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강을 건너고 있는데 사공을 바꾸면 되겠느냐.협상 막바지에 갑자기 파트너를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는 앞서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공천헌금으로 1심에서 실형선고를 받은 사람과 대화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잠시 활기를 띠던 여야 간 대화 통로는 다시 차단되는 분위기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다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공을 넘기고 있다. 결국 직권상정 및 강행처리의 수순으로 가는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창재/이준혁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