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눈여겨보아야 할 문인들은 누구일까. 월간 <문학사상>은 기획특집 '2009 이 작가를 주목한다'를 싣고 시 부문에서는 신경림 김민정 허형만 정끝별씨를,소설 부문에서는 박민규 윤보인 김사과씨를 새해 활동이 기대되는 문인으로 꼽았다.

문학평론가 진순애씨는 시의 가치보다 세속적 가치가 높아진 시대,즉 '1달러의 시대'에 시와 세속의 대립과 극복에 관심을 갖는 시인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씨는 신경림씨와 김민정씨의 시에서 '시와 1달러 사이에서,혹은 시보다는 1달러와의 밀접한 관계에서 빚어진 시인의 절망'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신씨의 시 <룩소르의 달>에서는 신전의 거리에서마저도 신보다 더 높이 숭배되는 1달러의 위력,즉 세속적 가치의 강력한 힘 앞에서 느낀 절망이 드러난다.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고르고 샤넬 향수 냄새를 풍기는 여승의 모습을 보여주는 김민정씨의 <어떤 절망>은 여성과 여승이라는 본래 합일될 수 없는 양자마저 합쳐버리는 세속성의 위력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진씨는 이런 '1달러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방법,즉 사랑을 찾아내는 시인들에게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씨는 "허형만의 <사랑의 원리로>에서 드러나는 '포용의 몸짓'이 우주의 원리에 따른 근원적 사랑이자 성찰적 사랑이라면,정끝별의 <세상의 등뼈>는 종교적 원리에 따른 근원적 사랑이자 성찰적 사랑을 보여준다"라면서 "사랑의 시는 '시와 1달러' 사이에서 불행한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며 유인하는 시의 길로 자리한다"고 강조했다.

문학평론가인 채호석 한국외대 교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탐구하는 젊은 작가들인 박민규,윤보인,김사과씨에게서 우리 단편소설의 가능성을 찾았다. 채 교수는 "2000년대의 작가들이 일종의 새로운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됐으나,리얼리즘에서의 통속화와 기법화된 환상성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작가들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박민규 소설의 핵심을 카프카의 ≪변신≫과 같은 계열에 속하는,우리 문학에는 낯선 상상력'이라고 지목했다. 지금까지 작품 두 편을 발표한 윤보인씨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유는 '그가 극단의 세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채 교수는 주어와 서술어로 이뤄진 단순한 문장들로 구성된 김사과씨의 <나와 b>를 '수식이 없는 맨얼굴의 세계'라고 분석하며 "현실이기도 하고 비현실이기도 한 이 세계는 우리 소설에 정말로 낯선 세계"라고 평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