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20)이 새해 초 국내 무대에 선다. 그는 지난해 2월 영국에 근거를 둔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지난 여름 런던으로 무대를 옮겼다. 한국에 있던 시절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연주실력으로 성인 연주자 대접을 받았던 그는 "영국에서는 신인 연주자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음악에 임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사인을 해달라는 팬도 없었고,칭찬 일색인 평론가나 기자도 없었다. 프로 연주자로서 냉정한 시선과 객관적인 잣대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바쁜 연주 일정과 연습 등으로 외로울 틈은 없었지만 처음으로 스승없이 혼자 곡을 해석하고 연주해야하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학생이 아닌 연주자의 길로 들어선 이상 경험에 따른 해석의 깊이가 문제더군요. 하지만 곡의 해석에 관한 문제는 평생을 두고 고민해야 할 화두죠."

그는 클래식의 중심지인 런던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를 직접 보는 게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대가들의 정식 연주회보다 공연을 앞둔 리허설을 많이 찾았지요. 공연이 완성된 퍼즐이라면 그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가장 인상깊은 리허설은 베를린 필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이 계몽시대오케스트라와 함께 슈만의 심포니를 연습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굉장히 재치있으면서도 다정했어요. 쉬는 시간을 가질 때도 단순히 '쉬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연주는 마치 휴식을 갖자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카리스마와 배려를 함께 갖는다는 게 대단해 보였어요. "

한국에서의 일정도 촘촘히 잡혔다. 새해 제211회 하우스 콘서트(1월2일,클래식뮤테이션),마렉 야노프스키가 이끄는 베를린방송 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협연(1월31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포함해 서울시립교향악단,KBS교향악단 등과 함께 하는 공연을 앞두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