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피니싱 터치(finishing touch)'하는 거죠."

31일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공원의 에이브러햄 링컨기념관 계단.동쪽 의사당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빌 존슨씨(57)는 오는 20일 열리는 버락 오바마 44대 대통령 취임식에 이처럼 명쾌한 의미를 달았다.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이 노예 해방을 선언한 16대 링컨 전 대통령의 정신을 구현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얘기다.

워싱턴이 차기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매서운 겨울 날씨지만 의사당 링컨기념관 백악관 등을 찾는 방문객과 외지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취임식 당일에는 수백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존슨씨처럼 미리 취임식 현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 당국은 역대 취임식 사상 최대 군중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언론들이 추정하는 이번 취임식 군중은 150만~300만명으로,시 인구(50만명)의 3~6배에 달할 전망이다. 1963년 흑인민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내셔널몰 공원에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는 연설을 할 당시의 25만명,1969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에 모인 50만명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의사당 서편으로 예정된 취임식장에는 1600석만 마련된다. 대부분의 축하객들은 동ㆍ서 간 길이 3㎞,넓이 125만1000㎡의 내셔널몰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대형 TV스크린으로 취임식을 감상해야 한다.
[20일 취임 앞두고 분주한 워싱턴] "오바마 취임식 보자"…주변 숙박료 3배 껑충
워싱턴 시당국은 스트레스가 절반,기대가 절반이다. 연방정부에서 취임식 지원비로 받은 예산은 1500만달러.2005년 1월 30여만명이 모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2기 취임식 때보다 230만달러가 적다. 반면 할 일은 태산이다. 교통정리,폭발물 탐지,명사 차량 에스코트 등에 4100명의 자체 경찰인력만으로는 모자란다. 인근 버지니아,메릴랜드주 등에서 4000명을 지원받아야 할 처지다. 1200명이 넘는 응급처치 전문인력과 수백명에 달하는 청소부들도 시의 몫이다. 페라스 슬레이만 시 홍보담당자는 "연방정부 지원비로는 턱도 없다"면서도 "관광객들이 숙박비 식비 등으로 푸는 돈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 세수를 불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취임식날 이틀 전부터 참석자와 관광객을 본격적으로 맞게 되는 숙박업소와 레스토랑,민박가정 등에 이보다 큰 대목은 없다. 워싱턴 시내와 주변 시에 포진한 호텔의 9만5000개 객실은 평소보다 2~3배 높은 숙박료가 붙었다. 백악관 바로 옆 107년 전통의 윌러드 인터콘티넨털 특급호텔은 취임식 전날밤 332개 전체 객실이 동났다. 바바라 바니 데이비드 홍보실장은 "대선 2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이미 예약이 완료됐다"고 전했다. 링컨 전 대통령이 취임식 뒤 오찬을 한 호텔인 데다 신임 대통령 행렬의 퍼레이드 거리와 접하고 있어 각국의 축하사절,유명인사,부호들 사이에 방 잡기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의사당 근처 모노클이라는 3층 건물의 레스토랑도 스테이크 1인분에 30~35달러로 만만찮은 가격이나 취임식날을 전후로 예약석이 꽉 찼다. 1960년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부부가 스테이크와 해물 요리를 백악관으로 주문했으며,전ㆍ현직 상ㆍ하원의원들이 수시로 만나 법안 협상을 하는 명소라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주인인 존 발라노스씨는 "부모님 때부터 이어온 가업"이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존 매케인 전 공화당 대선후보 등은 물론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상원의원 당선 직후 들러 가재 요리를 먹은 식당"이라고 자랑했다.

20일 하이라이트가 될 의사당 서편 발코니식 계단의 취임식장은 철망으로 둘러싸여 접근 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를 비롯 내외빈들이 자리할 철제 스탠드를 짜느라 인부들의 망치 소리가 요란스러웠다. 딸이 한국에서 미군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드와인 모지스씨(65)는 "대통령 취임식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변화와 희망의 상징인 오바마 취임식에는 가족과 함께 꼭 참석해 역사의 한페이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 당선인은 4일 워싱턴DC로 옮겨 취임식을 준비할 예정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