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해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연구논문을 실었던 연세대 의대 L모 교수팀의 논문 내용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가까이 진행된 자체 조사 결과 논문에 기술된 핵심적 벡터(유전자운반체)인 pLPK-SIA, psub201-LPK-SIA 등이 완전한 형태로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30일 발표했다.

또 논문 중 인슐린유사체(SIA)가 유전자 치료에 의해 간(肝)세포에서 발현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SIA항체를 투여해 '항원-항체 복합체' 형성 여부를 염색기법으로 확인하는 과정과 관련,논문에 실린 복합체 염색사진의 조작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으나 단 한 장만의 염색사진이 존재해 사실 여부가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사진의 중복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한 실험 결과의 사진이 다른 실험 결과의 사진으로 중복 사용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성이 있는 조작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특히 논문이 발표된 2000년 11월 이후 7년 이상 재현실험이 시도됐으나 성공하지 못해 과학논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현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저자들이 재현 실험의 실패에도 논문 철회 등 후속 조치를 오랫동안 취하지 않다가 지난 8월에야 네이처에 철회를 요청한 것과 관련,"과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규정했다.

연세대는 후속 조치로 교신저자인 L교수에 대해 교원인사위원회에 징계 처리를 요청하고 네이처 등 관련 기관에 조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문제의 연구는 연세대 의대 내과 L교수와 생화학교실 K교수,숭실대 S교수,캐나다 캘거리대 Y교수(작고),K연구원 등 공동연구저자 5명이 진행한 것으로 췌장세포가 파괴돼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SIA를 생산하는 유전자와 몸속의 혈당을 감지하는 유전자를 주입하면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발표 당시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게재되면서 국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L교수는 정부와 제약회사 등에서 주는 각종 상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K연구원 대신 채용된 P연구원이 논문 재현 실험을 계속했지만 성공하지 못하면서 조작의혹을 제기했고 2006년 2월 해고되면서 내부자 고발에 의해 연세대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연세대에 따르면 이번 논문은 현재 캐나다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K연구원이 주도적으로 논문을 조작했고 L모 교수는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으로 실추된 한국 과학계의 신뢰도가 다시 한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