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만원(당시 119만원)짜리를 90만원 주고 샀는데 이런 문제가 생기니까 당연히 품질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죠."

한국외국인학교 7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C씨의 하소연이다. 지난 9월부터 실시한 '1인 1랩톱(노트북)' 프로그램에 의해 공동구매한 애플의 맥북이 넉 달도 채 되지 않아 액정 화면이 못쓰게 된 것.C씨는 "과외 선생님이 집에서 맥북 화면을 보면서 아이에게 설명하던 중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톡 건드렸을 뿐인데 화면 전체가 쫙 갈라졌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찾아가 문의했더니 수리비가 80만원이 나왔다. C씨는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항의했더니 '원래 노트북에서 가장 비싼 부분이 LCD모니터'라고 하더라"며 "품질 문제를 거론했더니 '손가락으로 건드려서 이렇게 될 리 없다'고 면박을 줬다"고 분개했다. 액정을 중국이나 대만에서 만들어 품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C씨의 질문에 애플 측은 "모든 부품은 미국에서 온다"고 일축했다. 기자가 애플코리아 관계자에게 확인하자 "부품 원산지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면서도 "중국 공장에서 각 부품을 조립해 맥북 완제품을 만들어 전세계로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공동구매의 파격적인 가격 할인도 품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점이다. 1인1랩톱 프로그램에서 가격을 얼마나 할인해주느냐고 묻자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노트북 자체가 마진이 많이 남는 제품이 아니어서 기껏해야 정가의 7~8%를 할인해준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인학교에서 구입한 1000대 안팎의 맥북은 무려 25%가량 할인된 제품이었다. 한국외국인학교에서는 현재 C씨뿐 아니라 10여명의 학부모들이 교장을 찾아가 "애플에서 애프터서비스를 못해준다고 한 항목이 너무 많다"고 항의한 상황이다.

애플의 안일한 애프터서비스는 최근 불거졌던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 1세대의 폭발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가 녹아내린 제품 사진과 글을 디지털기기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애플 센터에 항의하자 애플 측에서는 결함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새 제품을 보내줄 테니 문제의 제품을 이쪽으로 보내달라"며 제품 교환만 해주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소비자는 왕'까지는 아니더라도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접근법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민지혜 산업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