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친형 뇌물수수 사건에 김용철 변호사 發 삼성특검까지 '폭로전'
GS칼텍스.옥션 등 단체소송도 줄이어

올해 법조계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판결들이 유난히 많았다. 화제를 일으켰던 판결을 중심으로 2008년을 정리해 봤다.

◆경제 관련 사건 많아

법조계는 삼성특검 사건으로 연초부터 떠들썩했다.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계기로 시작된 삼성 특검 수사는 1월부터 4월까지 100여일간 계속됐고 내년 초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29일 첫 공판이 벌어진 세종증권 인수로비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과 측근 세력들이 대거 연루,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사건들은 대부분 무죄가 선고돼 화제였다. 외환은행 관련 사건의 '본류'인 헐값매각 사건에서도 법원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책상 필요에 의한 결정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단체소송 잇따라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다수의 피해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단체소송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올해만 해도 GS칼텍스 상대 소송에 4만여명,옛 하나로텔레콤은 1만여명,옥션 상대 소송에는 14만여명이 원고로 참가했다.

태안 주민들이 삼성중공업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고 각종 파생상품 펀드 가입자들이 억울하다며 은행 증권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존엄사 인정, 국민참여재판 도입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1월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생명 연장 치료를 받지 않고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달라며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인공 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환자 본인이 병이 들기 전에 한 발언 등을 근거로 추정해 존엄사를 인정한 이 판결은 법조계와 학계에 많은 논란거리를 남겼다. 내년부터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참여 재판이 처음으로 실시돼 국내외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처음 열린 국민참여 재판에는 취재진 2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배심원들의 긍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재판 건수가 60여건에 불과해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해 넘기는 재판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형사 재판은 2년 반째 진행되고 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009년으로 넘어갔다. 검찰은 2004~2005년 사이언스지에 조작된 논문을 발표한 황 전 교수를 2005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이 시작되고 나서 채택된 증인만 100명을 넘었고 지금까지 40차례 가까이 재판이 열렸다.

KT&G를 상대로 폐암 환자와 가족 30여명이 제기한 '담배 소송' 항소심도 2년째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1심은 1999년 소송이 제기된 이후 7년 만인 2007년 1월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났다. 환자 측의 항소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갔으나 아직까지 변론 준비 단계다. 이 밖에 노회찬 전 의원이 관련된 'X파일 명예훼손' 사건도 해를 넘긴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