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이 웅진그룹과 대우증권 등이 출자해 만든 '르네상스 사모펀드(PEF)'에 팔린다. 이에 따라 유진그룹은 2년6개월 만에 증권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유진투자증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 심사를 통해 르네상스PEF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가격은 1300억원 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네상스와 유진그룹은 내년 1월 초부터 2~3주간 정밀실사를 거친 후 1월 말께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르네상스PEF는 작년 2월 설립됐으며 자본금은 3010억원이다. 웅진그룹이 전체의 16.9%인 510억원을 출자하고 있으며 대우증권,우정사업본부,사학연금이 각각 500억원씩 냈다. 이 밖에 대구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초 KB금융지주와 이트레이드증권에 비해 약체로 알려졌던 르네상스PEF는 경쟁 업체보다 많은 금액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B금융지주는 1300억원가량 써냈지만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추가로 나오면 가격을 깎겠다는 입장이었고,이트레이드증권은 1000억원에서 약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르네상스PEF가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인수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입찰이 아니라 유진그룹이 직접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제안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각사가 가격을 추가로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르네상스PEF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의 적정가격에 대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해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산정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구체적인 가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향후 재무적 투자자들이 지분을 팔고 나오는 데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웅진그룹이 이번 인수를 통해 증권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르네상스PEF의 최대 출자자가 웅진그룹인 데다 전략적 고려가 없다면 요즘 같은 시기에 1300억원 선을 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웅진이 줄곧 증권업 진출을 타진해온 만큼 유진투자증권 경영에 웅진 측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웅진 측은 "PEF 참여자 간 계약에 따라 다른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하기 어렵게 돼 있다"며 "증권업 본격 진출로 보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고 밝혔다.

유진그룹은 유진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서울증권(유진투자증권의 전신) 인수대금과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1800억원 정도를 투입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이 커져 유진투자증권 매각을 서둘러왔다. 이날 강세를 보이던 유진투자증권은 매각소식이 전해지면서 5.79% 내린 12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김용준/김재후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