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탓 … 내년동 변동성 클듯

올해는 가격이나 거래량 등 기술적 지표를 이용해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최악의 한 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심리가 얼어 붙으면서 증시가 펀더멘털(내재가치)과 무관하게 급락해 기술적 분석을 통한 주가 예측이 번번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 지수나 이동평균선,거래량과 변동성 지표 등으로 판단했을 때 시장은 분명 내림세를 멈추는 변곡점에 위치해 있는 데도 주가가 추가 하락하는 상황이 반복돼 분석 방법에 대한 회의마저 들었다"고 전했다.

올초 코스피지수가 1월 한 달 동안 14.3% 하락한 후 이중바닥을 그리며 4개월 연속 반등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하락 국면이 마무리되고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1900선 회복을 시도하던 지수가 7월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불거지고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화하면서 오히려 전저점을 깨고 내려앉아 1500선까지 밀려났다. 10월 들어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신용경색 우려가 고조되고 시장이 극도의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자 기술적 분석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0월엔 코스피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기던 1000선은 물론 120개월(10년) 이동평균선이 걸친 990포인트대마저 뚫고 내려가면서 사실상 지난 10년간 계속된 장기 상승 추세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며 높은 주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매도와 패닉을 거쳐 '항복 국면'을 지나고 있는 국내 증시가 연말 제한적 반등 이후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실망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기술적 매매신호와 펀더멘털 분석이 신뢰를 잃고 정부 대책만이 힘을 얻게 되는 항복 국면 이후엔 기업이익과 경제지표 부실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실망 단계가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 연구원은 "실망 국면은 수개월에 걸쳐 전 단계들보다 비교적 길게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정이 충분히 이뤄진 만큼 '베어마켓 랠리'(하락장 속 반짝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가질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윤학 연구위원은 "기술적 지표들이 최근 30년래 최악의 수준이어서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며 "추가 하락하더라도 내년 코스피지수는 장기 상승 추세대의 하단인 900선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상승 목표치로 1350포인트를 제시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