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동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년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경기가 침체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글로벌 동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어제(25일)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돼서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예상 때문에 앞으로 10년간의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예상 인플레이션율이 최근 각국에서 크게 하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실제로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향후 10년간의 예상 인플레이션율이 올 여름까지는 2~3%정도였지만 지난 23일엔 0.1%로 거의 제로(0) 수준으로 하락했고요, 영국과 독일도 2~4%에서 1%대 전반까지 떨어졌습니다.일본에서는 이 지표가 9월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뒤에 현재는 마이너스 2.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상 인플레이션율은 장래의 물가수준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로, 이 지표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디플에이션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JP모건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등으로 임금하락이 예상돼 미국은 2010년중 디플레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해서 세계 동시디플레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세계 동시 디플레가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빠져 나오기 어려워 집니다.1990년대 거품 붕괴후의 일본과 같이 물가하락이 기업 수익을 압박해 경기회복이 늦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특히 일본이나 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세계 디플레가 장기화되면 경기회복의 계기를 마련하는 게 더욱 힘들어지지요.

최근에 이렇게 디플레 가능성을 예고하는 예상 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세계 동시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그동안 오름세를 지속해온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꺾인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원유가격은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예상으로 30달러대까지 급락했는데요, 그같은 원자재 가격 폭락이 디플레를 더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디플레 우려와 함께 각국의 장기 시장금리도 최근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지난 24일 일본의 10년만기 국채의 금리는 한때 전일보다 0.015% 낮은 1.195%로 하락(채권가격은 상승)했습니다.2005년7월 이후 3년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미국에서도 10년만기 국채의 금리가 지난 23일 2.18%로 사상 최저 수준을 보였습니다.영국과 독일에선 올여름 4~5%에 달했던 장기금리가 3%선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시장금리의 하락은 기업들의 차입금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긴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주는 역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우려됩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