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해외 펀드 가입자들보다 원금 손실을 줄였다. 지난달 하순 이후 미니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면서 주가가 막판에 20% 정도 반등한 덕분에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일부 회복되면서 가까스로 '반토막'에서 벗어났다.

유형별로는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채권형(7.67%)과 머니마켓펀드(MMF,5.22%)만 수익을 냈다. 주식형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지만 그나마 배당주펀드와 삼성그룹주펀드 등 일부 테마펀드들이 손실을 줄이며 선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당주ㆍ삼성그룹주 펀드 선방

25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는 평균 -38.6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말에는 누적수익률이 -48%대까지 추락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가 지난달 이후 주가가 반등한 데 힘입어 10%포인트 이상 손실을 줄였다.
채권형 수익률 7%대 '선전' … 주식형은 '부진'
펀드별로는 배당주펀드와 삼성그룹주펀드의 방어력이 돋보였다. 잔액 50억원 이상 공모형 406개 펀드 중 우리CS자산운용의 '프런티어장기배당1'이 -26.13%로 가장 성적이 좋았다. 삼성그룹주펀드 시리즈와 배당주펀드들도 손실률을 30% 이내로 줄이며 선방했다.

반면 '하이지주회사플러스''삼성금융강국코리아''유리웰스중소형인덱스' 등 지주사 테마펀드와 금융주 펀드,중소형주 펀드 등은 45% 이상 손실을 내며 최하위로 밀렸다.

해외 펀드는 평균 수익률이 -48.69%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각각 60%와 50%의 고수익을 자랑했던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는 올해 -54.73%와 -50.02%로 추락했다.

해외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봉쥬르차이나2A'(-50.19%)와 '슈로더브릭스E'(-48.00%) 등도 타격이 컸다.

특히 'JP모간러시아1C'(-82.74%) 등 러시아펀드들은 손실률이 무려 80% 안팎에 달했다.

그나마 일본펀드들은 올해 손실 규모를 줄였다. 특히 환헤지를 하지 않아 엔화 강세효과를 본 펀드들이 강세였다. 나란히 수익률 1위와 2위를 차지한 '삼성당신을위한N재팬2A'(-6.04%)와 '프랭클린템플턴재팬플러스A'(-9.88%)는 모두 환노출형 펀드들이다.

이 밖에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2'(-17.22%) '푸르덴셜글로벌헬스케어1A'(-20.87%) 등 베트남펀드와 헬스케어펀드들이 비교적 손실을 적게 입었다.

수익률 부진에도 적립식을 중심으로 자금은 꾸준히 들어와 펀드시장 규모는 올해 20% 이상 커졌다.

전체 펀드 잔액은 지난 22일 현재 359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296조5000억원)보다 21% 증가했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116조4000억원에서 140조2000억원으로 20%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국내 주식형은 29%,해외 주식형은 9%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투자손실이 워낙 커 전체 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293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318조4000억원)에 비해 8% 감소했다.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올 들어 36% 급감했다.

◆불완전 판매 방지 등 과제 남겨

올해 펀드시장에서는 판매사 및 운용사와 투자자들 사이에 분쟁이 급증했다.

특히 해외 펀드 가입 때 환헤지를 위해 선물환 계약을 맺었던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가 예상외로 급등함에 따라 막대한 환차손을 입었다. 일부 투자자는 원금으로도 환차손을 메우지 못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기까지 했다. 판매사들이 펀드를 팔기에만 급급했지 사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불완전 판매 문제도 제기됐다. '우리파워인컴파생펀드'는 판매 당시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것처럼 광고했다가 패니메이 등 미국 모기지업체 부실로 원금의 대부분을 날렸다. 투자자들은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 금융감독원이 판매사가 손실금의 5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내년부터는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도입된다. 조사원이 펀드 판매 과정을 점검하는 '미스터리 쇼핑'과 3회 이상 불완전 판매를 한 금융회사 직원은 판매 자격을 영구히 박탈당하는 '삼진 아웃제' 등이 시행된다.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는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