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재판 줄일 계기" vs "변호사 평가는 부적절"

24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본격적으로 법관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변호사들의 판사 평가'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그동안 불가침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던 판사의 재판 진행에 대해 적절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법관 평가로 사법신뢰 회복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사건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담당 판사를 평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우선 법관 평가를 환영하는 쪽에서는 평가제 도입으로 고압적이거나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법원장이 예고 없이 재판을 방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정한 재판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법원 외부의 냉정한 평가가 재판 진행의 긴장감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일부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 진행이 재판장의 전권인 상황에서 때로 불공정하게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법관이 외부 평가를 받는다는 인식 자체만으로도 고압적이거나 불공정한 재판 진행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정성 등을 문제삼아 변호사들의 판사 평가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아무리 공정한 잣대로 판사를 평가하려 노력한다고 해도 재판의 `승패' 여부를 떠나 재판 진행을 평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승소 판결을 내린 재판장에게는 설사 재판 진행이 공정하지 못했더라도 높은 점수를 주게 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논리다.

게다가 변호사들의 법관 평가로 개별 법관들의 재판 진행이 점수화되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법관들이 변호사들의 평가에 신경을 쓰게 돼 결국은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법원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법관 평가의 필요성에는 공감할 수 있겠지만 변호사들이 평가한다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변호사의 법관 평가가 소신 있는 재판 진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성 침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평가 결과를 대법원장에게 제출해 법관 인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대법원이 평가 자료를 인사에 실제 참고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실제 평가 자료가 제출된다면 개별 법관에 대한 평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법관평가제가 시행되는 한 재판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