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ㆍ건설사 배당 어려워 … 기대 수익률 낮춰야
올 배당주 투자 D-1… 예상수익률 2% 밑돌 듯
남해화학.에쓰오일.GS홈쇼핑.신원 등 유망

배당을 받기 위해 주식을 살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6일을 앞두고 배당 투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는 주가가 워낙 급락한 터라 배당금이라도 챙기자는 투자자가 많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전통적으로 배당을 많이 하던 은행과 건설업체의 배당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기대만큼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배당수익률 2% 미만 예상


올해 주식시장 폐장일은 30일,배당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배당락일은 29일이다. 이 때문에 휴일을 빼고 배당락 직전 거래일인 26일까지는 주식을 매수해야 30일에 결제되는 것과 함께 명의개서가 이뤄져 현금 또는 주식을 배당받을 수 있다.

문제는 배당금을 주가로 나눠 산출하는 배당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에는 주가가 크게 떨어진 만큼 배당수익률이 4~5%대로 2% 안팎이던 예년 수준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코스피200지수의 배당금 총액에서 20%가량을 차지하는 은행과 건설업체가 구조조정 등으로 사실상 배당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는 데다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되는 추세여서 배당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 달 전 코스피200종목의 배당수익률을 2.13%로 제시했으나 24일에는 1.8%로 전망치를 낮췄다. 신영증권도 한 달 전 2.48%에서 최근 1.77%로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1.5~2.0%를 제시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건설업종과 은행주가 배당을 실시한다고 가정하면 수익률은 2.54%까지 올라간다.

최 연구원은 "상장사들이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어 배당금을 늘리지 않고 현금을 쌓아가는 전략을 쓸 것이 확실해 올해 배당 투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과거엔 배당락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후유증이 한결 약화될 것으로 보여 주가 복원력이 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며칠만 투자해도 2% 가까운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배당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며 "대체로 고배당주들의 장기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웃돈 점도 고려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당락 이후 예상 배당금만큼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내년 1월 옵션만기일(8일) 즈음에는 프로그램 매물이 대거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 연구원은 "이달에 유입된 프로그램 순매수 물량이 2조5000억원가량인데 대부분 배당 투자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현물 청산 또는 선물로 바꾸는 물량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연초 매매전략 활용

고배당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오히려 배당락일 및 연말.연초를 주식 매매 타이밍으로 활용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 연구원은 "1~2%대 배당수익률은 보너스로 간주하고 배당락 이후 하락한 주가가 다시 상승하는 기간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올해 이익이 늘어나거나 내년 실적이 덜 악화돼 선방할 종목 위주로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기초체력이 튼튼해 상대적으로 배당락 이후 하락했던 주가가 급상승할 수 있다면 배당락 직후는 오히려 좋은 매수 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뚜렷한 연초 효과와 내년 미국 오바마정부의 출범 효과를 바탕으로 연말.연초 차익매매 전략도 나온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1월 저점 이후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최근 사흘간 지수가 조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배당락 이후 지수의 자율 반등과 기관의 순매수 전환 가능성도 예상된다"며 "내년 초 미국 오바마 신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 등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시가총액 규모가 적당하고 4%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돼 기관 매수세가 몰릴 만한 종목으로 남해화학 에쓰오일 GS홈쇼핑 신원 강원랜드 현대미포조선 SK텔레콤 등을 추천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