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대주단 가입 하랄땐 언제고…" 강력반발


금융감독원이 내년 초부터 부실기업 퇴출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살릴 기업을 확실하게 지원하기 위해 좀비(살아있는 시체)를 걷어내야 한다는 구조조정 원론을 실행에 옮긴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조금만 더 지원받으면 살 수 있다는 기업들과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내년 1월부터 구조조정 본격화

'회생불능' 판정땐 채권회수 통해 퇴출 유도...100대 건설ㆍ26개 중소조선 본격 구조조정
금융감독원은 23일 퇴출과 회생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할 신용위험평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엔 주요 은행과 회계법인,신용평가사 등이 참여했다. 연말까지 업종별로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TF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의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운영협약을 원용해 △산업위험(업종별 경기민감도,성장전망 등) △영업위험(시장지위,점유율 등) △재무위험(단기차입금 비중,매출액 추세 등) △현금흐름(이자보상계수 등) 등의 평가기준에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건설업의 경우 보증 유무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건전성,미분양 아파트 비율 등이,조선사는 설비 보유 여부와 선박건조선수금 환급보증보험(RG보험) 유무 등이 평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신용위험 평가를 통해 기업을 4개 등급으로 분류,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B등급)은 신규 자금을 주는 대신 자구 노력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맺는다. 부실징후 기업(C등급)은 신규 자금과 함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맺으며 부실기업(D등급)은 채권 회수 등을 통해 사실상 퇴출시킨다.

금감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 이견을 조율할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의 위원장 인선을 조만간 마무리짓기로 했다.


◆100대 건설사,26개 중소 조선사가 최우선 대상

건설사의 경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대상인 여신 500억원 이상 건설사 중 대주단(건설사 지원을 위한 채권단)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규모가 큰 100대 건설사가 가장 먼저 신용위험 평가를 받게 된다. 이후에 200대,300대 건설사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건설사들은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더라도 신규 자금을 요청할 경우 신용위험 평가를 다시 받아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현재 대주단협약에 들어간 건설사는 D건설 등 대형사 4곳을 포함해 36개사다.

조선사의 경우 해외 수주가 있는 26개 중소 조선사가 대상이다. 패스트 트랙에 들어간 J사,E사,N사,S사 등 6~7개 조선사가 우선적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 등 7개 대형 조선사는 재무건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대주단협약에 가입하면 1년 동안 채무를 연장해주겠다며 가입시켜놓고 이제 와서 생사를 가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주단협약에 가입하면 재무상태 등이 공개될 수밖에 없어 오히려 퇴출의 명분만 주게 됐다"며 "대주단에 가입한 곳만 불이익 당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조선사들도 몇 년치 매출이 확정돼 있고 여기에 들어갈 비용도 추산이 가능해 일정 자금만 투입하면 살아날 수 있다며 구조조정에 저항할 태세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옥석가리기 작업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가능하면 기업들을 살려야 하고 나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기본 생각"이라며 "구조조정과 생존을 위한 지원이 조화를 이루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석/이건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