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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데스크] 오바마 용인술의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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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담대한 인사가 화제다.

    오바마 당선인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했다. 농무장관에 내정된 톰 빌색 전 아이오와 주지사와 상무장관 내정자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지사도 경선 경쟁자였다. 특히 빌색은 경선포기 후 힐러리를 밀었던 인물이다. 우리 정치현실로 보면 파격적이다.

    오바마의 인사 모델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다. 링컨은 경선서 혈전을 벌였던 정적 윌리엄 헨리 수어드를 국무장관에 기용했다. 당내 라이벌로 링컨 비판을 주도했던 새몬 체이스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링컨의 포용정치를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바마의 용인술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개각을 검토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몇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는 '집안의 화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소수인종인 흑인출신으로 당내 비주류였다. 정치경험도 짧아 인재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당내 반대파를 끌어안지 않고선 단합된 힘을 기대하긴 힘든 여건이었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기용은 힐러리의 대권실패로 오바마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유보했던 힐러리 지지자들의 마음을 오바마 쪽으로 돌리는 계기가 됐다. 정적을 끌어안음으로써 일거에 당의 화합을 이뤄냈다.

    이 대통령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예선전서 박근혜 전 대표와 격한 싸움을 벌였다. 후유증이 컸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와는 달리 박 전 대표를 끌어안지 않았다. 친이와 친박의 '한지붕 두가족' 갈등구조를 청산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지지층인 보수진영의 분열과 무관치 않다. 내년 1년 국정운영에 정권의 성패를 걸겠다는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신뢰관계 회복이 시급한 이유다.

    두 번째 시사점은 오바마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개혁코드에서 과감히 탈피,유능한 인재를 두루 발탁한 점이다. 심지어 공화당 의원까지 내각 명단에 올렸다. 특히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경륜있는 인사들을 중용해 내각의 안정감을 더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폴 볼커 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티모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은행 총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통해 국정경험 부족에 따른 시행착오 우려를 불식시켰다.

    올초 이 대통령이 조각 시 '고소영'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은 주변에서 사람을 찾은 결과였다. 이른바 '코드인사'의 실패였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능력과 시장(국민)의 신뢰라는 오바마의 인선기준은 참고할 만하다. 정권을 '잘 아는'이 아니라 '성공시킬' 사람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오바마는 역발상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 파격적인 인사로 자신의 당선을 둘러싼 모든 불필요한 오해와 잡음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이 대통령에게 2008년은 힘든 한 해였다. 쉬지 않고 달린 만큼 성과도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대목은 아마도 국민을 감동시키는 요소가 부족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강조하는 역발상을 이번에야말로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이재창 정치부 차장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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