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모른다는 학원가도 최근 폐업이 속출하는 등 침체를 겪고 있다. 반면 초등학교 영어 수업시간 확대와 관련해 영어 유치원에는 수강생이 몰리고 있어 대비된다.

21일 학원가에 따르면 경기 불황에 교육당국의 학원비 단속까지 겹치면서 동네 보습학원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대형 학원매매사이트인 학원컨설팅코리아에는 지난 21일까지 학원매물이 105건이나 나왔다. 이는 지난해 12월(30건)은 물론 올 10월(27건),11월(17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에는 권리금 없이 나오는 급매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학부모들이 학원비를 내지 않는가 하면 학원비 신고센터가 운영되면서 수강료 관련 분쟁이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5층짜리 학원을 내놓았다는 한 학원 원장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학원비를 내지 않는 학부모들이 늘었다"며 "소문이 나빠질까봐 독촉도 못하고 손해만 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범운영 중인 학원비 신고센터에는 학부모들의 고액 학원비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박정석 학원창업경영클럽 대표는 "지난달부터 늘어나던 학원 매물이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 닫는 학원들이 속출하다보니 학원강사들의 일자리도 줄었다. 김모 강사는 "예전보다 채용학원수가 절반 정도 줄었다"며 "월급도 줄어 일하는 횟수를 주 3일에서 5~6일로 늘려야 예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보습학원 불황과 달리 영어 유치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예약이 꽉차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어 대조를 보였다. 올해 신설된 목동의 C영어유치원은 월 120만원의 고액 수강료에도 수강생이 몰려 내년부터 총 정원을 3배로 늘리기로 했다.

C유치원 관계자는 "경기 불황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수강생이 몰려 학원 측도 놀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학원업계는 국제중학교가 설립된 데다 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조기교육을 위한 유.초등생 영어 학원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학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개발한 새로운 학원비 산출시스템에 따라 학원비 처벌 기준이 보다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학원연합회 관계자는"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침해하는 새 시스템이 적용되면 학원가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