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인력 감축 계획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69개 공기업 경영 효율화 계획에 따르면 한국전력(자회사 포함) 5884명,코레일(철도공사) 5115명을 비롯해 공기업들이 정부의 인력감축 가이드라인(정원의 10%)을 넘는 감원 계획을 냈다. 코레일유통(37.5%) 관광공사(28.9%) 등 6곳은 정원 대비 감원율이 20%를 웃돌았고,15%를 넘는 곳도 증권예탁결제원(17.6%) 코레일(15.9%) 등 9곳에 달했다.

하지만 계획처럼 감원을 할 수 있을지,고용 한파 속에 공기업 경영 효율화가 일자리 줄이기 일변도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어디서 얼마나 줄이나

부처 협의를 끝낸 69개 공기업의 전체 감원 목표는 1만9000명(정원의 13%).기본 원칙은 핵심 기능에 적합한 조직과 정원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정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가격 조사나 감정평가 기능은 민간 부문이 활성화돼 있으므로 조정하고 도로공사는 통행료 징수,단순 유지ㆍ보수,안전순찰 등을 민간에 위탁한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 및 농촌공사는 자체 건설인력을 줄이고 철도공사는 소규모 역사 무인화,매표 자동화 등을 통해 인력을 줄일 계획이다.

또 중복 조직을 통폐합하고 관리 체계의 광역화도 추진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경륜사업단과 경정사업단의 관리 조직을 통합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민간 이양 및 위탁으로 4500명,기능 폐지로 5900명,관리 체계 개선으로 9000명을 각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성과관리 시스템도 바꾼다. 농촌공사와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성과 평가에서 3회 부진으로 나오는 직원을 상시 퇴출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간부직이 너무 많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간부직 비율 등을 정한 공공기관 조직 효율화 기준을 내년 1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18개 공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정년을 보장 또는 연장하는 대신 일정 시점부터 연봉을 줄여 나가는 제도)도 69곳 전체로 확대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각 공기업별로 2008년 인건비 상승분을 반납하거나 복리후생 제도를 정비하는 등 자율적인 예산 절감 노력을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봉급 줄여도 감원 인정 검토"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쇄신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인력 감축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하는 정부가 실업자 수만명을 인위적으로 양산하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정부가 고용 정책 핵심 과제를 '일자리 지키기와 나누기'로 잡은 것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인력 감축분의 절반까지 신규 채용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청년 인턴제 등으로 흡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규직 등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없어지고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배국환 재정부 2차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인원을 줄이지 않고 정부가 요구하는 10% 인력 감축분만큼 봉급을 줄이는 '일자리 나누기'도 감축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현/김인식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