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금융으로 국유화 기업 수두룩
일자리 창출 300만개로 상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44대 대통령이 아니라 계열기업을 수두룩하게 거느린 '회장님'으로 불리는 게 더 어울릴 법하다. 미 정부가 부실화된 금융권에 이어 자금난에 빠진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마저 단기 구제금융을 투입,부분 국유화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한 뒤 관장해야 할 기업과 금융사는 GM과 크라이슬러를 포함,모두 10개가 넘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증 전문 업체였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아예 인수했으며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체이스,메릴린치,웰스파고,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뉴욕멜론은행,스테이트스트리트 등 9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에 총 1250억달러를 직접 투입하는 대가로 우선주를 인수했다.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등 주요 보험사들도 일정 주식을 정부에 넘기고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이 중 '오바마 회장님'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GM과 크라이슬러다. 부시 대통령의 결단으로 두 업체에 174억달러를 지원하면서 이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확보하기로 했는데 장기 회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오바마의 몫이 돼버렸다. 양사는 오바마가 내년 1월20일 취임한 이후 3월31일까지 구조조정 방안 등 회생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는 회생안의 실효성을 검토해 두 업체의 생사여탈권을 행사해야 한다. 오바마는 "국민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회생을 위해 근로자뿐만 아니라 경영진,채권단,부품 납품업체,딜러 등 이해관계자들이 어려운 결정을 통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구제금융은 의회가 승인한 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이어서 오바마가 집권하면 임금 삭감 등 지원 조건을 완화할 수도 있지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편 오바마 정권인수팀은 당선인이 2010년까지 일자리 창출 및 보전 목표를 250만개에서 300만개로 상향 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현 추세대로라면 지난달 6.7%였던 실업률이 내년 9%에 달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