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포스코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한다. 국민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포스코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비한 백기사를 찾아 '윈윈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국민은행과 포스코는 19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국민은행이 갖고 있는 KB금융지주 주식과 포스코가 보유 중인 자사주 가운데 3000억원가량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주식 수로는 KB금융 800여만주(2.3%가량),포스코 80여만주(0.9%가량) 정도며 맞교환 비율은 10 대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이번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0.2%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모회사(KB금융) 지분은 BIS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맞바꾼 포스코 주식은 투자 유가증권으로 분류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후순위채 발행,자사주 블록세일,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을 9월 말 9.77%에서 12% 근처로 높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포스코는 국민은행을 우호 주주로 영입함에 따라 적대적 M&A 시도에 대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확실한 지배주주 없이 지분이 분산돼 있어 아르셀로 미탈 등으로부터 적대적 M&A의 위협을 받고 있다. 회계상으로는 자사주가 줄어들어 주식 수가 늘면서 주당순이익(EPS)은 1%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포스코와 KB금융은 동반 하락했다. 포스코는 4500원(1.15%) 내린 38만8000원에,KB금융지주는 450원(1.24%) 하락한 3만5800원에 장을 마쳤다. KB금융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지분 맞교환 추진 사실이 이미 공개된 상태여서 약발이 없었다.

김봉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식 맞교환은 포스코 주가에 부정적이었지만 하루에도 주가가 몇 %씩 급변동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날 주가 하락은 최근 포스코가 각국의 경기 부양 정책과 원·달러 환율 하락의 수혜주로 꼽히며 단기간이 많이 오른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해석했다. 포스코는 수출 규모보다 원재료 구매 비용이 크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연간 영업이익이 800억원가량 증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은 "ING생명 지분 14.9%를 2500억원 안팎에 넘기는 협상을 ING그룹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준동/안재석/서정환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