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 2009 업무보고] 은행 1월까지 자본확충 못하면 정부가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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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부담 10兆 등 20兆 규모 자본확충펀드 조성
BIS 기준 못맞춘 곳 우선주ㆍ하이브리드채 등 매입
정부가 내년 1월 중 자본확충펀드를 20조원 규모로 조성해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자기 힘으로 자본을 늘리지 못하면 정부가 개입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2% 이상,기본자기자본 비율을 9%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에 대출을 늘리고 부실에 대비하라는 선제조치다.
◆은행이 신청하면 투입
은행들은 자체 계획에 따라 내년 1월 말까지 은행의 기본자본비율 9%를 맞추기 위해 증자,하이브리드채권(은행이 중도상환권리를 갖는 만기 30년짜리 장기채권) 발행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각 은행별로 기본자본비율(순수한 자기자본을 토대로 한 비율) 9%를 맞추도록 구체적인 자본 확충 금액을 할당했기 때문이다. 할당금액은 은행권 전체로 11조원. 은행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금액은 3조원가량에 불과하다.
1월 말까지 자체 조달에 실패할 경우 정부가 조성키로 한 자본확충펀드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은행엔 마이너스 통장 같은 돈이지만 감독당국의 시시콜콜한 간섭을 받아야 하는'독배'가 될 수도 있다. 형태는 우선주 상환우선주 후순위채 하이브리드채 등이다.
자본확충펀드는 한국은행에서 대는 10조원이 밑천이다. 이 돈으로 구원을 요청하는 은행의 우선주나 후순위채를 사준다. 매입한 우선주나 후순위채를 신용보증회사의 보증을 받아 유동화(쪼개거나 묶어서 기관투자가나 일반투자자에게 파는 것)해서 10조원을 다시 마련, 필요한 은행에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은행에 대한 자금 투입은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뤄진다. 금융위원회는 1월 중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필요자금보다 더 많이 조성
금융위는 은행권에 20조원을 투입하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10.86%인 BIS 자기자본비율이 2.6%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이 1~2년 동안 BIS 비율 하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BIS 자기자본비율 12%를 달성하고자 할 때의 소요자금 추정치와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또 기업 부실로 인해 자기자본비율이 얼마만큼 낮아질지 등을 계산해 필요 자금의 2배 이상으로 규모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은 "은행들이 실제로 신청하는 자금은 6조~7조원 정도일 것"이라며 "압도적으로 많은 자금을 조성해 시장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지원받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자구노력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도록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방침이다. △비용 절감 △중소기업 및 서민 지원 등 실물지원 △불필요한 자산확대 자제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한다.
◆한은,비상사태 판단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이 10조원을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다. 한은이 공개시장 조작 등 일상적인 통화정책이 아닌 대출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이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법 80조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며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등의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에는 영리기업에 대해 여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현재 상황은 일종의 금융 비상사태 경계선에 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