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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송로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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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들의 침묵'으로도 유명한 작가 토머스 해리스의 또다른 소설 '한니발'의 주인공 한니발 렉트는 광기의 살인마다. 천재적 지성과 심미안까지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정신과 의사 렉트는 미각도 별나다. 소설에는 그가 살인후 유유히 식료품점으로 가 송로버섯을 사는 대목이 나온다.

    송로버섯은 철갑상어알,거위의 간과 더불어 고래로 서양의 3대 진미로 꼽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산간의 떡갈나무 숲속에서 소량 생산되는 송로버섯은 채취와 거래,그리고 조리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두 예사롭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 어둠속에서 개와 돼지의 후각을 활용해 땅속 깊은 데 있는 것을 캐내고,현금으로만 거래되며,워낙 비싸서 가루를 살짝 뿌려먹는 것만으로도 호사라는 등등의 이야기다.

    최근 이탈리아산 1.08㎏짜리 송로버섯이 20만달러에 팔렸을 정도이니 얼마나 비싼 식품인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돈 3억원에 육박하는 송로버섯 하나를 구입한 이가 마카오의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워낙 귀하다 보니 중국산 짝퉁이 나온다는 소식도 있었는데 급기야 프랑스 과학자들이 3년 프로젝트로 시험관 배양에 나섰다. 물론 시험관에서는 싹만 틔우고 자연에서 키운다는 것이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이렇게 유별난 재료를 써야만 할까. 동양 3국의 요리법을 놓고 '중국음식은 불끝에서,일식은 칼끝에서,한식은 손끝에서 나온다'는 촌평처럼 정성이 제일 중요하다지만 근래의 세계경제를 돌아보면 진미 논쟁이나 음식맛 타령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도 든다. 무료급식소의 배식줄은 길어만 가고 결식아동도 늘어나니 말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도 무료점심을 먹는 아이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무료급식을 받는 어린이가 최근 2년 새 80%나 증가했다. 무료급식 학생 숫자는 미국에서 경기하강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도 받아들여진다. 미국만의 문제이랴.한국에서 경제력이 가장 좋은 서울 강남구에서만도 이 겨울에 2600명이 넘는 결식아동의 점심을 해결해야 할 형편이다.

    송로버섯 이야기는 한담거리로 듣고 넘기면 그만이다. 당장 방학이 코앞인데 교육당국과 각 지자체들이 결식아동의 점심대책이라도 제대로 세웠는지 그게 걱정이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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