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의 70층 랜드마크타워에 오르면 '땅 위에 내려앉은 미리내'가 보인다. 마치 기막히게 연출한 불꽃놀이 축제 같다. 끝이 안보이는 빌딩 숲에서 뿜어내는 불빛은 너무 화려해서 차라리 슬프다. 스카이라운지 바로 옆에 거대한 원을 그리는 놀이기구는 쉬지 않고 터지는 폭죽 격이다.

스카이라인과 야경의 도시 요코하마

태평양의 항구도시 요코하마는 스카이라인과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내년 5월 개항 150주년을 앞두고 부두 주변과 도심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 중이다. 가나가와현에서 요코하마가 바다와 하늘길의 관문이라면 활화산 같은 유황가스를 내뿜는 하코네 온천과 첨단산업과 전통이 어우러진 가와사키는 가나가와의 속살이다.

요코하마는 김포공항에서 2시간이면 간다. 하네다공항까지 비행기로 1시간30분,전철로 갈아타고 30분 걸린다. 하네다에서 버스로 가면 베이브리지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관광객을 반긴다. 부산의 광안대교가 이 다리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요코하마에는 쇼핑몰이 많다. 애견에 관심이 있다면 요코하마역에서 가까운 베이쿼터 쇼핑몰을 추천한다. 베이쿼터엔 강아지를 위한 패션과 코디,화장품,액세서리 등 애견점포들이 다양하다. 베이쿼터에서 쇼핑한 뒤 여객선을 타면 70층 랜드마크타워와 퀸스스퀘어,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이 근처 놀이동산과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미나토미라이21 구역에 도착한다.

'항구의 미래'라는 애칭이 붙은 70층 랜드마크타워는 69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백미다. 마치 하늘의 은하수가 그대로 땅에 내려앉은 듯 끝없는 불빛들은 그대로 지평선까지 마구 흩뿌려져 있다. 나란히 붙어 있는 퀸스스퀘어 역시 거대한 쇼핑몰로 전철역에서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1900년대 초 부두창고로 지어졌던 '아카렌가'가 있다. 붉은 벽돌의 독일식 옛 건물 두 동을 그대로 살린 고색창연한 3층 쇼핑몰이다.

미나토미라이 구역 스카이라인은 맞은편 오산바시 부두 지붕 산책로에서 보면 한편의 파노라마다. 건축 디자인이나 도시계획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오산바시 부두를 꼭 들러봐야 한다. 이 부두는 길이 430m,최고 높이 15m,폭 70m,넓이 4400㎡ 규모로 지었는데 기둥이 하나도 없다. 멀리서 보면 고래등처럼 생겼다. 오산바시 부두에서 로열윙 크루즈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보는 시내 야경은 '블루라이트 요코하마~'의 가사를 흥얼거리게 할 만큼 매혹적이다.

요코하마 외곽에는 일본의 옛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산케엔 공원이 있다. 산케엔은 원래 기업가 하라 산케이의 대저택이다. 교토와 가마쿠라 등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옮겨와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중요문화재급 옛 건물 17동이 한겨울에도 따뜻한 기후로 인해 화려한 단풍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하케지마 시파라다이스의 돌고래와 물개쇼를 꼭 봐야 한다. 지상 5층 높이의 거대한 투명 수족관 건물에는 열대어 수만 마리와 흰고래가 관람객들의 머리 위와 발밑을 지나 사방을 헤엄쳐 다닌다.



절과 신사의 고장 가마쿠라ㆍ옛성이 굽어보이는 오다와라

요코하마에서 하코네 쪽으로 20분가량 버스로 달리면 옛 수도였던 가마쿠라에 닿는다. 가마쿠라에는 신사와 절이 많다. 1580년대 지어진 절 명월원(明月院)은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울려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절에서 시내 쪽으로 나오면 봄이면 사쿠라가 아름다운 고마치 거리가 있다. 이 거리에는 비둘기 모양의 사브레 과자집과 오뎅요리 식당이 유명하다. 식사를 끝낸 후엔 꼬마열차 '에노덴'을 타고 약 25분간 해변의 경치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하코네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가면 아름다운 옛 성이 우뚝 솟아 있는 오다와라가 나온다. 이곳 전철역 동쪽 번화가는 유서 깊은 거리로 보통 100년 정도의 전통을 가진 가게들을 엄선해 '거리의 박물관'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전통 조미료 격인 가쓰오부시점과 도자기 가게,고켓코(꼬꼬닭) 과자점 등이 유명하다.

이 번화가를 지나면 오다와라성이다. 1500년대 전국시대 때 관동지역 일대를 다스리던 수도 격인 궁궐로 수백 년된 소나무들과 성문 앞의 해저가 위용을 자랑하며 성을 호위하고 있다. 우리나라 궁궐에 비해 둘레는 조금 좁고 건물은 더 높다. 하얀 벽 위에 섬세한 곡선형 지붕이 날렵하다.

온천과 박물관의 천국 하코네

일본에서 온천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하코네는 활화산 지역이다. 지금도 오와쿠다니라고 불리는 '지옥의 계곡'은 끊임없이 유황가스를 뿜어낸다. 펄펄 끓는 온천 분출구 근처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마치 방금 산사태나 폭격을 맞은 뒷자리처럼 군데군데 연기가 솟아오른다. 이 뜨거운 유황 물로 삶은 계란인 흑란은 이곳의 명물이다. 껍질은 검지만 속은 하얗게 익은 달걀을 따뜻할 때 벗겨 하나씩 먹으면 7년은 젊어진다고 한다.

이곳의 경치를 제대로 즐기려면 등산철도를 이용해야 한다. 해발 26m부터 761m까지 운행하는 이 철도는 전철과 케이블카,로프웨이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중간 역마다 크고 작은 온천여관 호텔 식당촌이 형성되어 있으며,온갖 박물관과 미술관이 즐비하다. 등산전철은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려 아슬아슬하게 가파른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는데 워낙 경사가 심해 기차가 지그재그로 앞뒤로 세 번 선로를 바꿔가며 운행을 한다. 이렇게 중턱까지 올라간 뒤 케이블카로 갈아 탄다. 여기 케이블카는 우리가 생각하는 케이블카가 아니라 로프로 끌어올리는 기차다. 이 구간이 끝나면 우리가 케이블카로 알고 있는 곤돌라 식의 로프웨이가 연결된다.

로프웨이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온천은 땅에서 보던 연기나는 폐허 같은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깎아지른 듯한 단풍 절경과 온천계곡 일대가 절묘하게 대비된다. 맑은 날이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후지산의 위용도 압권이다. 주변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중 유리 박물관은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는 명소다. 베네치아풍의 진귀한 유럽 유리공예품을 수백종 수집해 전시하는데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유리공예는 모두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코네 계곡 밑에는 드넓은 호수가 그림처럼 떠 있다. 이 호수는 화산이 계곡을 막아 생긴 것으로 주변에 에도시대의 세키쇼(검문소)와 온시 공원이 유명하다. 검문소는 1865년 당시의 해체 수리 보고서를 1983년 발견하여 지난해 복원을 마쳤다. 놀라운 것은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의 건축기법을 활용해 초석,돌담부터 우물까지 제 위치에 그대로 복원시켰다는 것이다. 이 검문소는 도쿠가와 막부가 전국에 설치한 53개 검문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수도인 에도에 인질로 잡혀온 지방 호족의 부인들이 도망가는 것을 집중 감시하던 곳이다. 맞은편 호숫가에 자리잡은 온시공원은 일왕이 하사한 공원이라는 뜻으로 맑은 날이면 넓은 호수 건너편에 후지산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 호수 주변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다.

도쿄의 젊은이들도 밤을 즐기려 모여드는 가와사키

가와사키 도심 한가운데는 '다이시 헤이겐지'라는 절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다. 한 해 1000만명이 찾는 대가람이다. 본존불로 모시는 홍법대사는 1200년 전 선불교의 일종인 진언밀교를 포교한 고승으로 일본 불교의 대들보로 추앙받는다. 이 절은 방문객의 소원을 비는 웅장한 의식을 매일 행하고 있는데 그 자체가 볼거리다.

가와사키역 인근 번화가엔 이탈리아풍 시네마쇼핑몰인 라시타델라와 도심을 재개발한 스페인풍 복합쇼핑몰인 라조나가 도쿄의 젊은이들까지 불러들이고 있다. 라시타델라 광장엔 춤추는 분수가 30분마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라조나는 5층 쇼핑몰로 식당과 패션,전자,스포츠몰 등이 입주해 있으며 하루 방문객이 7만명에 이른다. 두 곳 모두 방문객의 동선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으로 건물을 디자인해 개성이 넘치는 공간을 연출했다.

도시바와 아지노모토 같은 대기업 박물관도 색다른 볼거리다. 도시바 과학관은 일반인이 언제라도 들러 기술 변천사와 첨단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지노모토는 우리나라의 미원 격인 조미료 회사다. 가와사키 도심에 도쿄돔 8개 크기의 공장을 운영하는 이 회사 박물관에선 가다랑어로 만든 천연조미료 생산 과정을 보여준다. 교외에 있는 오카모토 다로 미술관과 나란히 붙어 있는 전통가옥 박물관도 시간이 허락하면 둘러볼 만하다. 오카모토 다로는 일본 추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화가다.

요코하마ㆍ하코네ㆍ가와사키=글ㆍ사진 김규한기자 twins@hankyung.com

[ 여행 TIP ]

일본을 여행할 때 언어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전철역마다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빨간색 물음표가 있는 곳이면 외국인 관광객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음식은 대체로 우리 입맛에 맞다. 현지음식을 즐겨보려면 신요코하마의 라면박물관이 좋다. 라면박물관의 일본 전통라면은 돼지뼈로 우려낸 국물을 주로 사용하며 생선 육수라도 좀 느끼할 수 있다.

하코네의 호텔은 보통 1박에 우리 돈으로 20만원 정도 하는데 전통 코스요리 저녁식사와 온천,아침 뷔페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전철은 대개 새벽 3~4시부터 운행을 시작해 밤 11시면 끊긴다.

하나투어(1577-1233)는 '도쿄,하코네,요코하마,오다이바 4일'상품을 선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매주 금ㆍ일요일 출발한다. 1인당 144만9000원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