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금리 0~0.25%로 낮춰 … 달러 찍어 국채 등 무제한 매입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연 1.0%에서 0~0.25%로 대폭 낮추고 앞으로 상당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발권력을 동원,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장기 국채 및 자산담보부증권(ABS) 등을 매입해 시중 실질금리를 낮추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FRB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0~0.25% 수준으로 인하하고,재할인율은 0.50%로 0.7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치(0.5%포인트)를 뛰어넘는 것이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5.25%) 이후 무려 10차례 인하됐다. FRB가 정책금리를 0~0.25%의 범위로 설정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현재 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상업은행 예치금에 대해 FRB가 연 0.25%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금리로 통화정책을 펴기 어려워진 FRB는 발권력을 동원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신용 경색을 해소하고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FOMC는 이날 발표문에서 "자금시장과 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FRB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규모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발권력을 활용해 채권 매입을 확대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FRB의 유동성 공급은 단순히 금융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 국채 매입과 함께 모기지(주택담보대출)증권 등의 신용 스프레드를 축소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FRB는 지난 10월 FOMC가 금리를 1.0%로 0.5%포인트 내린 이후에도 고용시장이 악화하고 소비지출과 기업투자,산업생산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에너지 및 상품가격 하락과 경기전망 악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히 줄었다며 공격적인 통화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ㆍ채권값ㆍ원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등 급속히 안정을 찾고 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8.19포인트(0.71%) 오른 1169.75에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24원60전 내린 1325원에 마감,3일째 하락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