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17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평택 조립공장과 창원 엔진공장 등 모든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한 데 대해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동차업계 불황에 따른 한시적 조치로 구조조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인 반면,노조는 '복지 축소에 이은 일방적 휴업 강행은 정리해고 수순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실력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쌍용차는 앞서 경영난 해소를 위한 자구책으로 자녀 학자금 보조와 주택융자금 지원,퇴직금 중간정산,의료비 지원 등 복지혜택을 중단했다. 지난 5일 새로 선출된 노조 집행부는 이에 반발해 평택공장 본관 앞에서 6일째 천막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휴무 놓고 노사마찰 왜?

신임 노조 집행부는 최근 노보를 통해 "일방적 복지 축소와 강제휴업 이후엔 대규모 정리해고가 뒤따를 게 자명하다"며 "회사 측이 경영위기의 모든 책임을 노조에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대주주인 상하이차 자본과 현 경영진이 총 사퇴하기 전까진 복지 축소와 휴업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내년 임ㆍ단협의 최대 화두는 '고용보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도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재고가 늘어나는 데 공장을 계속 돌릴 수는 없다"며 "휴무를 우리만 실시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수요 위축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휴업을 둘러싼 쌍용차 노사 간 대립이 장기화되면 회사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등 다른 자동차 노조들은 지금을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보고,고용 보장을 전제로 회사 측의 감산 조치와 생산 유연화를 위한 전환배치 등에 속속 협조하고 있다.

◆관건은 확실한 고용 보장

쌍용차는 전세계 자동차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지기 전부터 생존고민에 시달려왔다. 외환위기 이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경쟁사들에 비해 투자가 적어 무쏘와 코란도로 쌓아올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을 빼앗겼다.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된 뒤에도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체어맨W 등 일부 신차 투자가 이뤄졌지만,시장에선 상하이차가 신규 투자보다 첨단 기술 확보에만 관심을 갖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이런 가운데 생산차종이 SUV와 대형 세단 밖에 없는 쌍용차는 올해 초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고,최근엔 글로벌 경기침체와 자동차업계 불황까지 겹쳐 경영난이 가중됐다. 지난달 내수 및 수출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62.6% 감소한 3835대로 완성차 5개사 중 꼴찌였고,감소폭도 가장 컸다. 판매량 급감으로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1000억원에 육박했다.

내년 4월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사채도 뇌관이다. 최형탁 쌍용차 사장은 얼마 전 "내년 4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주주인 상하이차에 680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얼마 전 청융화 주중대사가 평택 공장을 방문해 "쌍용차는 중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가장 큰 기업인 만큼 중국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자금수혈 가능성에도 조금씩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중국 정부 승인 등이 남아있어 지원 여부는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노조의 불신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쌍용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