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를 꿈꾸며 하루에도 수백종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출판업계.그러나 정작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도서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렇다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베스트셀러의 영예를 안은 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출판인들이 금과옥조처럼 받드는 베스트셀러의 원칙은 '3T'다. 시대 흐름(Trend)을 정확히 반영하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목(Title)을 달고,적절한 시기(Timing)에 출간한 책이라야 이른바 '빅히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렌드ㆍ타이밍ㆍ타이틀은 비단 출판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에 걸쳐 히트 상품의 필요충분조건으로 꼽힌다. 트렌드와 동떨어진 제품이 히트 상품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웰빙 트렌드를 거슬러 입에만 좋을 뿐 몸에는 해로운 식품들은 이제 마트 진열대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펴낸 '히트상품 성공학'에서는 히트 상품을 '타이밍의 미학'으로 표현하고 있다. 타이밍은 단순히 빠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훌륭한 파도타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파도가 아니라 가장 오래 탈 수 있는 파도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하듯이 트렌드가 유행으로 급속히 번지는 시점,즉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잡아낼 줄 알아야 한다.

브랜드는 제품의 간판이다. 취업 면접 때 응시생의 첫인상이 면접 결과를 좌우한다는 '헤일로 효과'(halo effectㆍ후광 효과)처럼,브랜드 네임은 제품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첫 요소다. 신춘호 농심 회장이 아직도 제품 이름 작명만은 직접 챙기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올해 '한경 소비자대상'의 영예를 안은 제품들은 이 같은 히트 상품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결같이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 컨셉트를 바탕으로 △강렬한 브랜드명을 달고 △제때 출시한 제품들이다. 또 불황기에 맞춰 제품 가격을 낮추고 기능은 실속형으로 재구성하거나 소비자의 체험을 중시하면서 니즈를 정확히 반영한 제품들이 호평받았다.

웰빙은 올해도 어김없이 최고 트렌드를 이뤘다. 진로의 소주 신제품 'J'는 해저 1032m에서 퍼올린 해양심층수,GMO(유전자변형 농산물)를 쓰지 않은 핀란드산 100% 순수 결정과당 등을 사용한 '웰빙 소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북 고창군 일대의 유기농 국제 인증 요건을 갖춘 14개 목장에서만 한정 생산하는 매일유업의 유기농 우유 '매일 상하목장',유태우 전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와 공동 프로젝트로 개발한 오리온의 웰빙 과자 '닥터유' 등도 각광받았다.

SK텔레콤의 'T'는 브랜드 네이밍이 돋보이는 케이스.짧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단음절 브랜드 네이밍을 통해 정보 과잉 시대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 끌고 있다.

모든 히트 상품이 추구하는 목표는 한두 해의 '반짝 히트'가 아니라 수십년간 명맥을 이어가는 '장수 상품'으로 등극하는 것이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동원F&B의 '동원참치',아모레퍼시픽의 '헤라',하이트맥주의 '하이트' 등은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가진 스테디셀러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