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저금리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미국이 17일 '제로 금리' 열차에 올라탔다. 주요 국가들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앞다퉈 나서면서 저금리 기조의 확산에 속도가 붙고 있다. 낮은 금리는 재테크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노후에 대비한 투자전략을 짜고 있다면 저금리 현상이 자신의 자산가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신상근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파트장은 "투자환경은 이미 저금리 시대에 진입했다"며 "저금리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저축은 노후대비의 적절한 수단이 아니므로 앞으로는 투자형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투자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란 얘기다.

◆적립식의 효과

주식형 적립식펀드는 투자형 상품의 대표 주자다. 노후 대비를 위해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특히 주가가 급락한 지금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증시가 점점 자산운용사 등 기관 중심의 장세로 흘러가고 있어 정보가 부족한 개인이 직접투자를 통해 수익률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으로 착실하게 수익을 쌓아가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적립식 투자는 당장 목돈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다. 매월 몇십만원씩 적금 붓듯이 투자하면 된다. 주식형 펀드는 증시가 하락하면 손실을 입는 상품이지만 장기간 투자할 경우 시장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적립식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주식을 사들이는 시점이 분산된다는 점이다. 증시가 하락하면 그만큼 더 싼 가격에 주식을 사뒀다가 나중에 증시가 상승세로 접어들면 그만큼 더 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시 하락기를 주식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투자의 힘

적립식 펀드엔 만기가 없다. 통상 가입 당시 계좌 자동이체 기간을 1년 또는 3년 같은 식으로 정해놓긴 하지만 이는 이체기간일 뿐 펀드 환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적립식 펀드는 투자기간이 길면 길수록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동시에 투자위험은 줄어드는 '복리의 마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적립식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삼성증권이 미국 증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참고가 될 듯하다. 삼성증권은 뉴욕 증시의 대표지수 중 하나인 S&P500의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수익률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 기간 중 1년간 S&P500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평균 10%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수익률 변동성은 -30%에서 50%로 상당히 크게 나왔다. 18년 기간 중 한 해를 잘 찍으면 최대 50%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기간을 잘못 선택하면 원금의 30%를 날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투자기간을 길게 잡으면 기대수익률과 수익률 변동성이 서서히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12년이 되면 기대수익률이 10%로 1년 투자와 같지만 수익률 편차는 연 7~16%로 매우 안정적인 범위에 머물렀다. 노후대비를 위해 적어도 10년 이상 투자하면 변동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장기투자를 하면 복리효과가 더욱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어떤 펀드가 좋을까

노후대비용 적립식 펀드는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상품이 최적이다. 각 운용사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정통형 펀드가 제격이다. 특정 업종에 집중하는 섹터펀드는 장기간 적립식으로 가입하기에는 변동성이 큰 상품이다.

정통 주식형 상품 중에서 운용 기간이 길어 과거 성적을 파악할 수 있고 비교적 규모가 큰 펀드가 적합하다. 펀드 매니저가 자주 바뀌거나 투자 스타일이 장세에 따라 달라지는 상품은 장기투자 펀드로 곤란하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중 최근 5년간 100% 이상 누적수익률을 올린 상품은 '미래에셋디스커버리'(123.97%) '미래에셋드림타겟'(110.88%) '신영마라톤A형'(110.23%) 등이다. 3년 기준으로는 '한국투자부자아빠삼성그룹주식1' '탑스밸류주식1' '탑스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주식1' 등이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일반 주식형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싼 인덱스펀드도 장기 펀드로 제격이다. 대개 주식형펀드의 운용보수는 연 0.8% 안팎에 달하지만 인덱스펀드는 4분의 1 수준인 연 0.2% 미만이 대부분이다.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인덱스형의 보수 부담이 훨씬 덜해진다. 판매보수나 환매수수료가 없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대안이다. 월급날마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를 일정액씩 꾸준하게 사는 것도 장기간 적립식펀드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온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펀드 간 누적수익률 격차가 커지므로 주기적으로 수익률을 점검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상품을 교체해야 한다"며 "수수료나 운용보수 환매보수 등도 장기수익률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비슷한 유형이라면 수수료가 싼 상품을 우선적으로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