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0만배럴…계획의 절반 안돼
내년 예산도 대폭 줄어
전문가 "지금 사야될 때인데…"

고유가와 고환율 영향으로 정부가 올해 구입한 비축유 규모가 작년보다 60% 급감하면서 2010년까지 비축유를 1억4100만배럴로 늘리겠다는 제3차 비축계획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석유공급 차질 발생과 같은 석유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가가 낮을 때 비축유 구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축유 목표 80% 수준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들어 11월까지 정부가 구입한 비축유는 40만배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도입되는 100만배럴을 포함해도 연간 구입량은 140만배럴에 그친다.

이는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으로 구입량이 비정상적으로 급감한 2005년(30만배럴)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최소 규모다. 350만배럴을 도입한 2007년보다는 210만배럴이나 적다. 연도별 비축유 구입량은 2000~2003년엔 480만~620만배럴이었으며,2005년을 제외한 2004~2007년에도 230만~350만배럴에 달했다.

비축유 구입 급감은 올해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가 97달러 선에 달한데다 환율까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올해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서 비축유 구입 예산으로 1768억원을 배정해 300만배럴을 채워넣을 계획이었다. 유가는 62달러,환율은 940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유가와 환율급등으로 구입량은 당초 계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정부는 2010년까지 비축유를 1억4100만배럴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9개 기지에 있는 비축유는 1억1150만배럴로 목표 대비 달성률이 79%에 머물러 있다.

비축량을 전년도 하루 순수입량으로 나눈 정부 비축일수도 68.2일 수준이다. 지난해 선구매한 200만배럴과 올해 추가 인도분 100만배럴이 들어오면 비축유는 1억1450만배럴로,달성률은 81%로 소폭 오르는 정도다.



◆비축계획 수정 불가피

정부가 비축유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2년간 2650만배럴을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 내년 비축유 구입 예산은 올해보다 908억원이나 줄어든 860억원(2009년 예상 평균 유가 60달러,환율 1100원 기준)에 불과하고 도입량도 130만배럴에 그칠 전망이다. 이 정도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평균 환율이 1400원이면 구입량은 올해보다 100만배럴로 줄어든다"며 "비축 계획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두바이유 가격이 40달러대로 떨어진 만큼 비축유 구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세계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유가는 다시 상승하는 만큼 미루면 미룰수록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석유파동 이후 비축에 나서 목표치인 3억2000만배럴을 1998년 조기에 달성한 것과 중국이 대규모 비축에 들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2020년까지 14억6000만배럴(100일 사용분)을 비축한다는 목표로 지난달에만 730만배럴을 칭다오 기지에 채워넣기도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