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만 등 10개국에 와이브로 장비 '깃발'
LG전자, 유럽식 단말 모뎀칩 첫 개발로 '승부수'
4세대 이통 표준전쟁 … '선봉장'은 KOREA
국내업체들이 주도하는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와 유럽이 주도하는 롱텀에볼루션(LTE) 기술 간 4세대 이동통신 표준 선점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만과 쿠웨이트에 장비를 수출,와이브로 도입 국가를 한국을 포함해 10곳으로 확대했다. LG전자는 와이브로의 경쟁기술인 LTE에 기반한 칩세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하는 등 국내 대표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4세대 표준 경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삼성,와이브로 수출 10개국으로 확대

삼성전자는 14일 대만의 통신사업자 브이맥스텔레콤과 쿠웨이트 마다커뮤니케이션 두 회사와 와이브로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이 와이브로 장비를 공급한 나라는 한국,미국,일본을 비롯 10개국으로 확대됐다. 도입을 타진 중인 곳까지 포함하면 와이브로 추진국은 30여개국까지 늘어났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스마트폰 통신모뎀 컴퓨터 등 IT(정보기술) 산업이 발전한 대만이 모바일 와이맥스를 채택해 다양한 와이브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기회가 마련됐다"며 "모바일 와이맥스가 중동 등 각 대륙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LTE 개발에 올인

LG전자는 최근 4세대 표준 후보인 LTE 기술 기반 단말 모뎀칩을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소니에릭슨,노키아 등 LTE 기술을 개발 중인 유럽 업체보다 6개월 정도 빠른 기술력을 자랑했다. LTE 단말 모뎀칩은 휴대폰 등 LTE 단말기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송·수신해 처리하는 핵심 부품으로,컴퓨터로 치면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역할을 한다.

LG전자가 LTE 칩세트를 개발한 것은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먼저 상용 휴대폰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또 칩세트 핵심 기술을 직접 확보하면서 그동안 해외 업체에 지불해야 했던 로열티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백우현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세계 최초의 LTE 모뎀칩 개발은 앞으로 특허 관련 로열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세 따르는 LG,신시장 개척하는 삼성

삼성과 LG의 4세대 표준 전략이 이처럼 엇갈리는 것은 표준 경쟁이 이전과 달리 복잡한 구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이동통신 기술은 유럽식(GSM,WCDMA)과 미국식(CDMA,EVDO) 기술이 표준 경합을 벌였으나 4세대에서는 미국식이 탈락하는 대신 삼성,인텔이 개발을 주도하는 와이브로가 새로운 후보로 나왔다. 미국식 표준을 주도하는 퀄컴이 최근 차세대 독자 표준 개발을 포기하고 LTE 진영에 합류하면서 4세대 표준 경쟁은 유럽식 LTE 대 국내업체가 주도하는 와이브로 구도로 압축된 것.

LTE를 택한 LG전자는 대세로 굳어진 유럽식 표준을 선점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유럽식 표준은 2세대(GSM) 시장의 70%,3세대(WCDMA) 시장의 80%를 차지한 데 이어 4세대에서는 경쟁자 퀄컴까지 합류하면서 90% 이상의 시장을 가져갈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식 표준의 빈 자리를 공략하기 위해 와이브로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에 달하던 미국식 표준 사용 업체의 절반만 차지해도 4세대 표준 시장의 10%를 장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매번 해외에 주기만 하던 로열티를 도리어 벌어들일 수 있고 관련 장비 수출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전체 세계 시장에서 보면 와이브로가 틈새 시장이지만 처음으로 표준을 확산시키고 이로 인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와이브로가 확산되면 관련 장비,서비스를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까지 해외로 나갈 수 있어 후방산업에서도 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삼성은 LTE 원천기술도 상당수 보유해 4세대 표준 경쟁에서 크게 손해볼 게 없다"고 설명했다.

◆4세대 기술은 개인용 초고속인터넷

4세대 이동통신 표준은 시속 120㎞ 이상 속도로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도 초당 100메가비트(Mbps)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다. 흔히 집에서 쓰던 인터넷을 밖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용 초고속인터넷(퍼스널 브로드밴드)으로 부른다.

이동통신 기술은 1세대 아날로그 전화에서 2세대부터는 디지털 전화로 발전했고 KTF '쇼',SK텔레콤의 'T라이브'로 불리는 3세대 서비스부터는 네트워크 속도를 초당 메가비트 수준으로 높여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보는 전화'로 진화했다.

김태훈/안정락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