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공산품 서비스의 자유무역을 위한 도하개발아젠다(DDA·도하라운드) 협상이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과 APEC(아ㆍ태경제협력체) 정상들이 합의해 놓고서도 선진국과 개도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개월 뒤에나 협상 재개
DDA협상 무산 … 자유무역 '좌초' 위기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13일 프랑스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 수개월 내 DDA 협상이 재개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라미 사무총장은 전날 DDA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WTO 각료회의를 연내에는 열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연말까지 DDA의 자유화 세부원칙을 확정하고자 각료들을 소집하는 것은 실패할 위험성이 너무 크고 그 경우 DDA 협상뿐 아니라 WTO 시스템 전체를 손상시킬 수도 있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라미 총장은 오는 17일 무역협상위원회(TNC) 회의를 소집해 DDA 협상의 향후 대책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2001년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시작돼 7년간을 끌어온 DDA 협상이 좌초됨에 따라 벌써부터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무장관은 "DDA 협상을 위한 각료회의 개최가 무산됨에 따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유혹을 강하게 받을 것"이라며 "브라질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이 관세장벽 확대 움직임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캐서린 애시턴 무역담당집행위원은 "세계경제 둔화로 어려운 상황에서 도하 라운드가 타결되지 않는다면 특히 개도국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대 쟁점은 농업분야 긴급수입관세

농업 협상의 최대 쟁점인 개도국의 긴급수입관세(SSM) 문제는 지난 7월 WTO 각료회의와 비교할 때 구체적인 범위와 숫자가 나오는 등 일부 기술적 진전이 있었으나 끝내 이견 절충에 실패했다. SSM은 특별세이프가드(SSG)와 비슷한 장치로 수입량이 일정 물량 이상 증가하거나 수입가격이 일정 기준 밑으로 떨어질 경우 개도국의 추가 관세 부과를 인정하는 제도다. 라미 총장은 "긴급수입제한 조치의 지속 기간과 국내 가격 간의 상관관계를 놓고 주요한 이견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비농산물(NAMA) 협상과 연계된 개도국의 분야별 자유화 협상 참여 문제도 미국이 자국의 입장을 완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아 더 이상 협의가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분야별 자유화 협상은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한 추가적 시장개방을 목표로 회원국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원칙 하에 해당 분야 상품의 관세를 감축하거나 철폐하기 위해 진행하는 협상이나,미국은 브라질 인도 중국 등 거대 신흥 개도국들이 '의무적으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이와 관련,미국은 화학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과 인도는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