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는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이 눈에 띈다. 그 중 하나인 중국 증시의 '바닥론'과 한국 경기의 '저점론'은 우리 투자자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 투자은행 가운데 예측력이 비교적 높게 평가돼온 JP모건은 중국 증시가 이미 바닥을 쳤거나 쳤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한 달 동안 중국 관련 각종 주가지수는 평균 20% 이상 급등했다. 메릴린치 등 다른 투자은행들도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주가가 내년에는 60% 정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봐 중국 증시의 바닥론에 힘을 더했다.

국내외 예측기관들이 발표할 때마다 하향 조정되던 내년 우리 경제전망에도 모처럼 밝은 소식이 들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로 예상했지만 경기순환 면에서는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률 수준보다 경기가 언제 저점을 통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올 9월 이후 증시를 어렵게 했던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건전하고 외환관리나 관련 지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IMF의 평가인 만큼 그 어느 기관보다 신뢰를 주기 때문에 그동안 각종 위기설과 환율급등 등에 따른 증시의 악재를 해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혹시 너무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것 같아 실체를 좀 더 들여다 보자.최근 중국 증시는 성장률 , 기업수익 등 기초 여건 면에서는 하락 요인이 더 많다. 저점론이 대두될 만큼 주가가 오르는 데는 정책요인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가 빨리 회복되거나 그때까지 정책과 다른 호재들이 잇달아 나와야 저점론이 계속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기가 내년 1분기에 저점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종전처럼 주가가 강하게 반등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IMF의 전망대로 내년 1분기 저점을 통과한 후 예상되는 성장률이 투자자를 비롯한 국민들이 체감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V자형 회복'보다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U자형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중국 증시의 바닥론과 한국 경기의 저점론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시장과 경색된 대내외 자금시장이 풀려 나가는 정도 등을 지켜보면서 투자해 나가더라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이번에는 크게 불리해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증시는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이 발생하고 투자자들은 호재에 더 민감해지며 설령 호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증시 여건이 개선되는 것처럼 믿게 하는 또 다른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의 하나가 통계기법상의 '기저효과(base effect)'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저효과란 대부분 통계가 전월(혹은 분기ㆍ반기ㆍ년) 대비나 전년 동월 대비로 증감률을 구하는 만큼 같은 규모라 하더라도 기준(base)에 따라 증감률은 크게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이 효과는 한 나라 경기가 저점이나 정점을 통과한 직후에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가 등 모든 자산 관련 통계가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상황에서 올 들어 지금까지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자산가격이 40% 이상 폭락함에 따라 전월비나 전년 동월비로 발표되는 각종 통계는 '사상 최저 혹은 사상 최악ㆍ이라는 수익어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제는 기준이 많이 떨어졌다. 특히 올 1분기 이후 낮아졌다. 앞으로 올해와 같은 수준만 유지하더라도 증감률은 '0%'로 둔화되고 설령 감소한다 하더라도 그 폭은 올해처럼 '사상 최저 혹은 사상 최악'이라는 수익어가 붙을 가능성은 적다. 모든 투자심리는 통계에 의해 좌우되거나 최종 확인된다. 내년 증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것도 각종 통계에 기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