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업이 올해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인해 2,3차로 이어지는 음주 송년회를 자제하고 차분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들은 예년과 달리 음주가무 일색인 송년회를 자제하는 대신 어려운 시기에 좀더 의미있는 연말을 보내기 위해 불우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 올해는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배포하던 달력 수를 비용 절감을 위해 크게 줄이고 달력 주제도 경기 침체를 반영한 듯 다소 무겁게 설정해 올해 산업계의 연말은 어느때보다도 조용한 분위기다.

◇ 2,3차는 옛말..봉사활동으로 대체 = 포스코는 술자리 일색이었던 송년회를 불우이웃을 돕거나 등산 등을 함께 하며 단합을 다지는 간소한 자리로 바꾸고 있다.

포스코는 13일 희망 부서별로 송년회를 대신해 서울 동작구의 청운종합복지원 노인복지센터에서 사랑의 트리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해 건물 전체를 성탄 분위기가 나오도록 장식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제작했다.

또한 임직원 5천여명은 매월 셋째주 자매마을이나 독거노인 거주지, 소년소녀 가장를 방문해 자원봉사를 하는 `나눔의 토요일'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체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최근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사랑의 쌀 나눔' 활동을 벌여 20㎏ 쌀 463포대를 서울과 포항, 광양 인근지역의 사회복지시설과 무료급식소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도 연말 송년회를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봉사활동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특히 연말을 임직원들이 직접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회봉사주간'으로 정하고 발로 뛰는 봉사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임직원들은 4억3천만원 상당의 `사랑의 쌀' 1만포를 전국 1만 가구에 지원하고 자매결연이 돼 있는 복지시설 250여곳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해당 복지시설에서 임직원들은 유아 돌보기와 무료급식 지원, 이발 봉사 등도 벌인다.

삼성은 부서별, 팀별로 송년회를 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술먹는 망년회'는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는 음주 망년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삼성은 대신 임직원들이 송년회와 별도로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 등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3사는 올해는 비용 절감을 위해 회사 차원의 회식비나 부비 지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은 28일 오후 8시 30분부터 열리는 송년회를 술자리가 아닌 체육대회로 대체할 예정이다.

◇ 대기업 달력 인심 줄어 = 서민들의 달력 공급자 역할을 톡톡히 하던 약국에서 올해 연말에는 달력을 찾아보기가 예년만치 쉽지 않다.

상위권 제약사들이 올해 달력 제작물량을 20-60% 줄였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대비 제작량을 20%을 줄였으며 한미약품의 배포량은 지난해의 30% 수준에 그쳤다.

대웅제약도 제작량을 소폭 줄여쏙 일동제약은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적은 수량을 제작했다.

동화약품 등은 최근 들어 아예 달력 제작을 하지 않고 있다.

상위권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제약협회에 각 업체별 달력이 쌓일 시기인데 올해는 달력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며 "달력을 만들지 않는 업체가 늘고 있고 올해는 제작량도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약국가에서 환자들에게 줄 달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며 병원영업담당 직원들은 개인 비용으로 달력을 찍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KT는 작년만해도 전사차원에서 달력을 제작해 부서별로 배포했으나 올해는 예산절감 차원에서 고객부서, 영업부서의 수요를 파악해 배포키로 했다.

경기 침체와 실업난 때문인지 달력 테마도 자극적이거나 화려함 보다는 차분함과 따스한 정(情)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올해 달력에는 어려웠지만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이 있었던 아름다운 시절이란 주제로 60~80년대 한국인들의 모습을 찍은 흑백 사진을 담았다.

삼성은 사진작가 이경세씨가 산을 주제로 찍은 작품과 소반, 도자기 사진이 담긴 달력을 제작했다.

8등신 레이싱걸이나 미녀들이 등장하는 달력을 선보여 남성 고객들의 눈길을 끌어온 타이어업체들도 올해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계절의 특성을 살린 추상작품이 등장하는 달력을 배포하고 있다.

◇ 송년회 축소로 외식업체 타격 = 일반 회사들로부터 단체 회식 서비스 주문을 받는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단체 송년회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전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대형 외식업체 `M키친' 목동점은 인근 오피스 밀집 지역에 있는 회사들로부터 받은 송년회 회식 주문이 지난해에는 200명 안팎의 규모로 50여건이었으나 올해에는 30여건으로 40% 가량 줄었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올해 기존 송년회에 비해 좀 더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는 `DIY송년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적은 비용만 내고 직원들끼리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20명 이상의 소규모 단체 송년회를 예약하면 1인당 2만5천원에 생맥주와 음식, 안주를 무한 리필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도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