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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산책] 소크라테스가 묻는다…당신 회사는 왜 존재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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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아버지는 석공이고,어머니는 산파였다. 눈은 퉁방울처럼 불거져 나오고,코는 문드러졌다. 매일 장터에서 젊은이들과 문답식 대화에 열을 올리기만 한 선생이었다. 결혼한 이후로 아내에게 변변한 수입을 가져다 준 적이 없다. 한 가지 정열이 있었다면 그것은 진리에 대한 탐구 정신이었다.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만큼 진리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대한 약력이다.

    소크라테스는 델파이 신탁에 의해 인구 35만명이 사는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지만,소크라테스만큼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 바로 그가 최고의 현인으로 인정된 이유다. 이는 참으로 현명한 판단이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이미 알고 있어서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질문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여러 가지 답이 나온다. "무식이 탄로날까 봐,남이 얕볼까 봐,물어봐야 소용이 없을까 봐,용기가 없어서" 등등이다. 사실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것을 인지하는 것에서 진리를 향한 첫걸음이 시작된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 질문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요,죄악이다. 모르면 물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당시의 최대 궤변론자인 고르기아스와 대담하면서 그의 무지를 고발한다. 상대방의 무지를 고발하는 전략 중 최상의 것은 그가 자기 모순에 빠져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음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이 쓴 《대화편》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의 대담 중 하나를 재구성한 것이다.




    ―소크라테스: 웅변술은 무엇인가.

    ―고르기아스: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그것이 진리를 발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가.

    ―고르기아스: 전문 지식 없이도 사람들을 더 잘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 그것은 무식한 사람이 무식한 사람들 사이에서 전문가보다 더 설득을 잘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고르기아스: 지식은 필요한 만큼 내가 웅변가에게 가르치면 된다.

    여기서 고르기아스는 자기 모순에 빠져 버린다. 진리에 바탕을 두지 않은 설득은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연 중 인정해 버린 것이다. (물론 위의 대화는 두 페이지에 걸쳐 있는 긴 대담을 단 몇 문장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고르기아스가 지나치게 어리석어 보이는 측면이 있다. )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에 걸려들면 당대 최고의 웅변가인 고르기아스도 꼼짝없이 먹잇감이 되고 만다. 거미의 사냥감은 이미 먹이가 되고 난 후에야 자신이 먹히는 줄 알게 된다.

    고르기아스는 또 수사학자들이 정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랑한다. 그들은 정의를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옹호한다. 그러나 고르기아스는 이보다 앞서 설령 수사학자들이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사회에 유익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아테네에서 추방하거나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 역시 자기 모순이다. 잘못할 리가 없는 수사학자들을 선처해야 한다는 논리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요리조리 빠져 나가려고 하다 보면 서로 충돌되는 줄도 모르면서 이 소리 저 소리 하게 마련이다. 오늘날의 정치가들이 표를 동냥하기 위해서 여기 가서 한 소리와 저기 가서 한 소리가 모순에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광고에서 서로 모순되는 말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언어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는 데 사용될 때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 총책이었던 괴벨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회사 미팅에 참석해 보면 그 자리에서 가장 힘있는 사람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는 가장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을 던진다. "오늘 우리가 여기에 모인 목적이 무엇입니까. "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 "우리가 이번 계약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이런 질문은 하급자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이 어리석어 보이는 이유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21세기 경영의 핵심은 지식과 정보의 공유다. 서로 묻고 서로 답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혼자 격리되어 있을 때보다 같이 나뉘어질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어렵게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공유하지 않으려고 한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그러한 부하들의 이기심을 극복해 낼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대화하게 하는 것이다. 토론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 질문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즉 '너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라'는 이 말을 마음 속 깊이 새기는 것만이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자신에 대한 성찰을 계속하는 사람,하루에 세 번 자신을 반성하는 사람,생각을 남과 공유하는 사람만이 수많은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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