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되레 2267억 순매수..코스피 5일째 상승
잇단 부양책에 반등지속 기대속 불안요인도 상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큰 폭' 금리 인하가 '네 마녀'의 심술을 잠재워 증시가 닷새째 올랐다. 증시는 11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전격 인하,우려됐던 프로그램 매물이 억제됨에 따라 주가지수 및 개별주식 선물.옵션이 동시에 만기를 맞은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을 무난히 넘겼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반등하고 있는 증시에 금리 인하 조치가 더해지면서 '베어마켓 랠리'(경기 침체 속 반짝 상승)를 연장시키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에 따른 '환호와 기대' 뒤에는 여전히 경기 침체 심화라는 '불안감'이 부담으로 남아 있어 일반투자자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로그램 오히려 순매수

이날 코스피지수는 8.56포인트(0.75%) 오른 1154.43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엔 금리 인하폭과 만기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여러차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오전 10시께 기준금리 1%포인트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1163선까지 뛰어올랐다. 전날까지 나흘간 139포인트(13.8%) 급등했기 때문에 숨고르기 장세가 예상됐지만 의외의 금리 인하폭에 힘을 받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동시 만기일 프로그램 매물이 2000억원 넘게 쏟아지면서 지수는 반등 탄력이 약해져 한때 약보합으로 밀렸다. 여기서 금리 인하가 다시 한번 효과를 발휘했다. 선물 매수세에 불을 붙여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인 베이시스가 확대되면서 매수차익거래(선물을 팔면서 현물 주식을 사는 것)를 자극한 것이다. 이날 외국인과 개인 매수에 힘입어 코스피200 선물 거래량은 53만7181계약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추자 위험 자산(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선물 매수세가 강해져 프로그램 차익거래 청산 매물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장 막판에 몰린 비차익거래 매수세 덕분에 이날 프로그램은 2267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1%포인트나 낮아져 배당 매력이 더 커지면서 지수선물 잔량이 내년 3월물로 많은 물량이 이월돼 '네 마녀의 날'이 순탄하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기대감과 불안감이 맞물린 장세

미국 중국 등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더해져 '베어마켓 랠리'의 분위기가 쉽사리 깨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와 경기부양책 기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큰 폭의 금리 인하가 반등 지속쪽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13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통화 스와프 규모 확대가 예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도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는 데다 이날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당국이 경기 부양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만큼 미리 반등의 목표치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금리 인하폭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금리 인하는 증시 상승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란 신중론도 제기됐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는 증시에 분명한 호재지만 시중 실세금리 인하와 부실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신속히 진행돼야 금리 인하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채 금리와 신용 스프레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내년 1분기 경기가 나쁠 것이란 예상으로 당국이 선제적 대응에 나섰지만,금리를 내려도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는 만큼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이은 국내외 정책 호재들이 일단락돼 반등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추가 동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지적도 나왔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