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STREETJOURNAL 본사독점전재]

빌 조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

2001년 엔론의 파산과 최근 금융회사들의 몰락은 뿌리가 같다. 이사회는 기업의 과도한 금전적 보상을 허용해 부실을 초래했고,기업 전반에 걸친 위험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과거 엔론 이사회는 경영진에 대해 다양한 금전적 보상안을 승인했고,이것이 결국 부실로 연결됐다.

보너스 체계도 문제였다. 엔론은 신사업 개발자나 유통업자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이 때문에 실제 하지도 않은 계약을 했다고 속여 이윤을 부풀리고 보너스를 챙기는 일이 많았다. 나중에 자금 회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경영진 역시 책임지지 않았다.

엔론은 장기 비전을 갖고 질적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으며,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양적 성장에만 매달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겪고 있는 은행들 역시 단기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줬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많은 은행의 경우 모기지 건수를 늘리면 보너스를 줬으며,설사 대출에 문제가 생겨도 처벌은 없었다.

엔론 사태와 현 금융위기는 경영진의 보상체계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많다. 성과급은 미래 기업의 현금유동성과 이윤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근거해 결정돼야 한다. 단기 성과에 따른 보상을 할 경우 경영진은 짧은 기간 내 주가를 올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엔론 이사회뿐 아니라 리먼브러더스 UBS 와코비아 워싱턴뮤추얼 씨티그룹 패니메이 같은 금융사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회사법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이사회가 CEO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해야 한다. 공기업 같은 경우라면 실제 일할 수 있는 이사들을 뽑아야 한다. 또 이사들이 회사에 더 많이 투자해 주주들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함께 나눠야 한다. 스톡옵션 같은 것은 10년의 유예기간을 두거나 퇴직 전까지는 팔게 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와 경영진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스펜서 스튜어트의 조사에 따르면 S&P 500대 기업의 95%가 소수의 핵심 이사들에 의해 이사회가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같은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36%에 불과했다. 이사들은 좀 더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새 이사 선임,이사회 결의사항 승인,기업정보 요구,CEO에 대한 성과 측정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엔론 사태 이후 미국은 사베인스-옥슬리법(기업회계 개혁 및 투자보호법)을 신설했다. 만약 이사회가 앞으로도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다면 2009년에도 새로운 법이 필요할지 모른다. 어쩌면 이것은 자유시장 경제를 토대로 한 자본주의 체제나 미국 경제의 성장 측면에서 보면 최선이 아닐지 모르지만 이사회가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더 큰 일이 터질 수도 있다.

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이 글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말콤 솔터,빌 조지 교수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Since Enron,Little has changed(엔론사태 이후 변한 게 없는 미국)'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