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 사는 크리스틴 몬택(39)은 너무 늦은 나이에 남편을 만났다.

그래서 빨리 아이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이 경제 상황이 그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가 생물학적으로 임신할 수 있는 시한이 촉박한데도 남편이 실직하는 바람에 자녀계획을 미뤄야 할 처지가 됐다.

남편이 받는 실업수당도 곧 끊길 예정이다.

비영리단체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일하는 그는 "지금은 아이를 갖는 문제를 생각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 집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0일 경제위기가 자녀 갖기를 희망하는 부부들에게 그러한 결정을 연기하게 하는 아픔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전에는 아이를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했던 부모들도 지금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후자금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집값마저 내려가 선뜻 미래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불황이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30년대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고 그 영향이 20여 년 후 노동력 부족현상으로 나타났었다.

미국심리학회(APA) 최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8명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인구학자들은 이러한 불안감이 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상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현재의 불황이 출산율을 전체 인구가 감소할 정도로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경기불황이 깊고 장기화할 경우 출산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자녀 출산이 국가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 가정의 문제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멜라니와 필 세리던 부부는 고교 동창으로 결혼 10년째를 맞고 있다.

이 부부는 여섯 살짜리 아들 하나를 두고 있고 조만간 둘째 아이를 가질 요량으로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 남부 칼즈배드에 방 3개짜리 집을 샀다.

하지만 주택을 산 지 8개월 후 멜라니는 주택개발업체에서 마케팅업무를 보던 일자리를 잃었다.

경제가 금방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필의 혼자 수입으로는 가정 살림이 어려워 결국 둘째 아이 계획을 늦추기로 했다.

칼리 태브시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지금부터는 사람들이 아이를 갖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할 것"이라면서 "특히 이미 자녀가 있는 부부들은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추가 자녀계획을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