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서 방문형 잉크.토너 충전사업을 하는 윤정상씨(38).사무실이나 가정을 직접 찾아가 프린터,복사기의 잉크.토너를 충전해 주는 게 그의 일이다. 번듯한 점포나 일을 도와줄 직원도 없는 무점포 1인 사업가다. 윤씨는 10여년간 근무하던 일본계 식품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직장을 잃은 후 석달 정도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4월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장사 경험도 없는데 큰 돈을 들여 창업하는 걸 망설이던 중 1500만원 정도로 시작할 수 있는 방문형 잉크.토너 충전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직장에서도 영업을 해왔던 만큼 적성에 맞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
하지만 고객을 확보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가맹본부가 물품과 장비를 공급하고 교육도 해주지만 영업은 전적으로 가맹 사업자의 몫이었다. 사무실이나 아파트 등을 찾아가면 외판원 취급을 받으며 문전박대 당하고,어렵사리 담당자를 만나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윤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체면을 무릅쓰고 퇴짜받은 곳을 정기적으로 재방문하고,볼펜이나 메모꽂이 등 홍보물을 건네며 부지런히 눈도장을 찍었다. 윤씨는 "아침 7시나 밤 10시나 전화가 오면 바로 달려갔다"며 "6개월 정도 지나 거래처를 어느 정도 확보한 후에야 손익을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확보한 고정 거래처만 700여곳.올 들어서는 월 평균 550만~650만원의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동종 사업자에 비해 많이 버는 편"이라며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영업력과 인내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고객에게 신뢰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적은 창업비용으로 점포 없이 사업에 나설 수 있는 소자본 무점포 창업 아이템들이 주목받고 있다. 500만~2000만원의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데다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필요 없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예비.초보 창업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방문형 용역 서비스가 대부분
무점포 창업 아이템은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형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잉크가이'는 잉크 리필을 통한 비용 절감과 고객 편의성 제고를 내세워 프랜차이즈 사업 시작 4년 만에 가맹 사업자가 900여명에 달한다. 최근 주거환경 개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실내환경 개선 사업도 각광받고 있다. '닥스리빙클럽'과 '에코미스트''침대청소박사' 등은 침대 소파 등의 집먼지 진드기나 집안 구석구석의 세균을 제거해 주는 가맹사업이다. 3D 업종으로 외면받던 청소대행 서비스도 유망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콜드캐어'는 김치.와인 냉장고 등 청소하기 힘든 각종 냉장고를 전문적으로 청소해 준다. '푸르른 계단'은 친환경 장비로 중소빌딩이나 상가 빌라 등의 계단 청소를 한다. '크리니트'는 건물 관리용 세척제로 유명한 '존슨 다이버시' 제품을 사용해 건물 청소 관리를 해준다.
◆영업력과 근면함 갖춰야
무점포 사업자의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점포비용이나 인건비가 없고 재료비 등 원가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일감을 많이 확보한다면 점포 창업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많고 발품을 팔아 고객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충분한 준비와 각오 없이 뛰어들어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초기부터 수익을 기대하고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창업자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영업마인드와 장기적인 사업전략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남들과 차별화된 서비스와 성실함으로 고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게 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며 "혼자 운영하다 보면 나태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자기관리도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