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이 시기가 지났을 때 그동안 착실하게 준비하지 못한 기업들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
세계적 화학회사인 바스프의 볼프강 합케 아태지역 및 사업개발 총괄 사장의 말이다. 그는 최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지금 빚어지는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수요 위축의 직격탄을 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비 효율성이 높은 소형차 위주의 라인업을 잘 갖췄기 때문이라고.
합케 사장은 "현대자동차 등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아시아에서 폴리아미드 등 가벼운 신소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얼리 어답터(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보는 사람)"라며 "바스프 입장에서 향후 성장동력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의 42%(연 2900만대)가 아시아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향후에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합케 사장은 "가벼운 차체 중량은 배기가스를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차체 생산 때 금속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무게가 10% 줄고 연비가 5~7%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중량이 1㎏ 줄어들 때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3㎏ 줄어드는 것(자동차 사용기간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바스프는 일반 시트보다 무게가 25% 가벼우면서 복잡한 조립 과정이 필요없는 시트 쉘과 내구성을 강화한 가죽 및 직물 마감용 화학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다 어렵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중량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인 차량을 생산해 소비자의 관심을 되찾아야 합니다. 지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먹구름이 걷힌 후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
합케 사장은 "바스프는 화학뿐 아니라 의료 등 여러 제품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놓은 데다 자동차 부품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15% 수준으로 낮아 경기 침체의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라며 "경쟁 업체 중 상품 수가 적고 공급처가 제한된 곳은 위기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협소하고,원청업체 수가 적은 부품업체들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제품 한 가지로 승부하는 부품업체의 경우 특정 산업 또는 기업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합케 사장은 신차 개발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으며,이 과정에서 화학업체들의 협조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디자인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실제 신차를 생산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48개월 정도였는데,지금은 30개월로 줄었고 2010년엔 18개월로 더욱 단축될 것"이라며 "혁신 소재 개발로 신차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이뤄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바스프는 플라스틱과 농화학,정밀화학,의료 제품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로 작년 매출액이 약 580억유로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울산 여수 군산 등에 총 6개의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다. 자동차용 화학제품 공급량만 따지면 세계 1위다.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의 지난해 매출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CATL은 지난 14일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9.7% 줄어든 3620억1000만위안(약 7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1년 창립된 CATL은 2015년부터 실적을 발표했는데, 연간 기준으로 매출 감소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배터리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해석된다.CATL은 2030년 신차 판매량 중 신에너지차 비율이 80~90%로 높아질 것이라며 배터리 성장을 낙관했다. 올해 배터리 수요는 25~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과 미국의 에너지 시장이 성장하고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데이터센터가 늘었다는 이유에서다.양길성 기자
국내 자율주행 기술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11위에 올랐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현대자동차 출신 자율주행 엔지니어 4명이 설립한 국내 대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16일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하는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 2024’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세계 11위에 올랐다. 가이드하우스는 세계 4대 회계법인 PwC가 공공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다.작년 13위로 처음 진입한 데 이어 올해 두 계단 상승했다. 자율주행 기업으로는 2년 연속 유일하게 순위에 들었다. 그룹 평가에서도 추격그룹에서 경쟁그룹으로 올라섰다.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강점으로 정부 정책 기반의 상용화 가능성, 글로벌 합작법인을 통한 해외 진출, 로보셔틀이라는 대중교통 시장 공략을 꼽았다.10가지 평가 기준 가운데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기업 비전이 85점, 시장 진입 전략이 75점, 파트너가 72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 하반기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자율주행 셔틀 ‘로이(ROii)’를 정부 인증 아래 상용화할 계획이다.평가 대상인 상위 20개사 중 90%가 미국(15개)과 중국 기업(3개)인 가운데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유일하게 한국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선도그룹은 1위를 차지한 웨이모와 함께 바이두, 모빌아이가 2, 3위를 기록했다. 경쟁그룹에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를 비롯해 4위인 엔비디아, 15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앱티브의 합작법인 모셔널 등 13개 기업이 선정됐다.고은이 기자
2003년 개봉한 유아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는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절대 강호인 일본에 맞서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초로 선보였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20년이 지나서도 뽀로로와 크롱, 루피 등의 캐릭터는 국내외에서 스테디셀러 콘텐츠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아이코닉스는 ‘메가 IP’로 손꼽히는 뽀로로 캐릭터를 만들어낸 회사다. 회사 전체 인력의 3분의 1가량이 콘텐츠 제작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 성남 삼평동에서 만난 최종일 대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아이코닉스의 강점”이라며 “장난꾸러기 뽀로로가 눈 덮인 미지의 나라에서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서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어 “캐릭터 외에도 배경과 음성, 효과음을 적절하게 배치해 애니메이션에 몰입할 수 있는 노하우를 20여 년간 쌓아왔다”고 강조했다.기존 IP를 활용한 2차 창작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밈(meme·인터넷상의 2차 창작물)을 통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난 캐릭터 ‘잔망루피’가 한 예다. 아이코닉스가 2020년 처음으로 선보인 잔망루피의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줄곧 인기 순위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중국 게임회사가 만든 게임 ‘버섯커 키우기’와 협업하기도 했다.IP를 기반으로 한 원소스멀티유즈(OSMU) 사업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신세계를 비롯해 불가리, 로레알, BMW 등 국내외 기업 200여 곳과 IP 협업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