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정권 교체 작업 순항
실제로는 정책 알력 심한듯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인수.인계에 협조하고 있는 듯 보이나 실은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구제금융 자금 사용과 관련한 양측의 알력이 대표적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의 재무 관리들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중 남은 3500억달러를 정권이 바뀌기 전에 쓸 수 있도록 오바마 정권인수팀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팀은 재무부가 의원들에게 자금 사용의 불가피성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소극적이다. 재무부는 이에 대해 "인수팀이 협력을 거부하는 근시안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하고 있으며,인수팀은 "부시 행정부가 과거 실책에 대한 면죄부만 얻으려는 데 급급하다"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지난 5일 재무부와 인수팀이 주택 압류 사태 방지 방안을 논의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재무부 직원들은 현재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논의하고 있는 세 가지 방안을 인수팀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다. 그렇지만 인수팀 관계자들은 이에 반대한 채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WSJ는 미 의회와 백악관이 자동차 '빅3'에 대한 1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고연비 자동차 개발비 250억달러에서 끌어 쓰기로 한 것은 레임덕에 빠진 부시 대통령이 '잘나가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특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동안 구제금융 7000억달러 중 남은 자금을 '빅3' 지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WSJ는 대공황이 엄습했던 1930년대 초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 대통령과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당선인이 등을 노출,당시 어렵던 경제가 더욱 휘청거렸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