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건설업체 라파도이엔씨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침묵을 지키던 혜인이 방어에 나섰다.

혜인은 현 경영진측 인사들을 라파도이엔씨의 공개매수 기간중에 등기임원으로 선임키로 하는 등 이사회 장악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라파도이엔씨도 법률적 방법 등을 동원해 혜인 경영진의 방어책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혜인은 전날 이사 2인을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내년 1월 22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혜인의 현 경영지원본부장인 원종수씨와 파워시스템사업본부장인 정순택씨가 혜인의 이사후보로 올라갔다.

혜인의 이같은 임시주주 총회는 라파도이엔씨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임시주총을 위한 기준일은 오는 23일로, 라파도이엔씨의 공개매수가 종료되기 하루 전이다. 공개매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혜인의 현 최대주주측 의결권이 라파도이엔씨측 보다 많을 것으로 보여, 이사 선임은 수월할 전망이다. 혜인이 이사 선임에 성공하면 혜인은 정관에 정해 놓은 이사수 상한인 7명을 모두 현 경영진측 인사로 채우게 된다.

반면 라파도이엔씨는 공개매수를 통해 혜인 지분을 확대하더라도 이사를 해임해야 자신들측 인사로 경영진을 꾸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사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주총 참석주식 총수의 3분의 2이상,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이상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안건의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M&A 전문가는 "이사진을 모두 혜인의 현 대주주측 인물들도 채우게 되면, 라파도이엔씨는 이사해임에 나서야 하지만 이는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통과가 쉽지 않다"며 "혜인의 현 대주주측은 이사 만기시점까지 시간을 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라파도이 엔씨측이 차입을 통해 지분을 매입한다면 시간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파도이엔씨는 이와 관련 이미 회사측에는 주주제안으로 이사 2인에 대한 선임 안건을 보냈으며 임시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도이엔시 관계자는 "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의도 자체가 지분이 우리에게 밀린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며 "이는 이미 공개매수를 하기전부터 우리측이 검토해 온 내용으로, 임시주총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혜인측은 공개매수 공격자측이 공개매수 기간동안 지분을 사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이번 주총 공시를 통해 주가가 하락하면 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혜인 인수를 위해서 라파도이엔씨가 중심이 되고 있을 뿐"이라며 "공개매수 대금은 자기자금과 혜인의 이사회에 추천할 수 있는 분들의 자금으로 치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