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위한 만화영화'란 등식이 무너지고 있다. 성인 관객이 급증하면서 이들이 애니메이션 흥행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467만명을 동원한 '쿵푸팬더'의 성공은 어린이를 동반한 30~40대 부모 외에 20대가 몰린 덕분이다. 올 겨울에도 성인층을 끌어들여 해외에서 흥행한 애니메이션들이 잇따라 개봉된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벼랑 위의 포뇨'와 '토이스토리'의 존 라세터 감독이 지휘한 월트디즈니의 '볼트',전편에서 5억30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마다가스카2' 등이 한꺼번에 선보인다. 캐릭터들의 애정 신이나 유머 넘치는 대사,감동과 교훈적인 요소들은 성인관객을 겨냥한 것.목소리 연기에 유명 스타를 영입한 것도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에게 어필하는 요소다.
"어른관객을 잡아라" … 애니영화 3色 대결
◆벼랑위의 포뇨=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2D 애니메이션.일본 내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개봉 41일 만에 1000만명 관객을 돌파했다. 쇼스케란 소년을 만난 뒤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물고기 소녀 '포뇨'의 러브스토리가 수채화 같은 영상에 그려진다.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어필하며 러브스토리는 20~30대 젊은 층,육지에 갔다가 아버지 때문에 바다로 돌아오는 포뇨의 효심 어린 대목은 중장년 층에게 감동을 준다. "일흔 살 할아버지까지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다"는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스며 있다.

◆볼트='강아지 판 트루먼 쇼'라 할 수 있는 3D 애니메이션.방송계의 스타로 살아온 견공(犬公) 볼트가 우연히 LA를 떠나 뉴욕에 온 뒤 주인에게 돌아가기 위해 미국 대륙을 횡단하게 된다. 방송이라는 가상현실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무용지물로 전락한 볼트의 처지에서 어른들은 뛰어난 현실 풍자에 공감한다. 개와 고양이 햄스터 등의 모험담은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더해준다. 볼트의 목소리 대역으로 나선 1980년대 스타 존 트래볼타는 "상상력과 예술적인 재능이 결합된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했다.

◆마다가스카2=2005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차지한 '마다가스카'의 속편.최근 미국 개봉 첫주 6700만달러를 벌어 '쿵푸팬더'의 기록을 앞질렀다. 뉴욕 동물원 출신의 사자 알렉스,얼룩말 마티,기린 멜먼,하마 글로리아 등 4인방이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에 비행기 사고로 불시착한 뒤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소동을 담았다. 동물들의 재미있는 몸동작은 어린이들에게 눈요깃거리지만 기린의 짝사랑이나 삼각 애정신은 다분히 성인들을 겨냥했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인기 스타들은 실사 영화를 방불케하는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다. 만능 엔터네이너 벤 스틸러(사자),'할리우드의 노홍철'로 불리는 크리스 락(얼룩말),미국 시트콤 배우 데이빗 쉼머(기린) 등이 그들이다.

유재혁 기자/정원하 인턴(한국외대 대학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