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회장 인사권ㆍ직원 고임금 포기해야"


농협이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한테 중앙회장들의 부패와 관련,호된 질책을 받은 뒤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개혁으로 이어지기에는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지주사 전환,자회사 통폐합,자산 매각 등은 이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추가로 나온 24명의 임원 전원 사퇴도 비판적인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국면 전환용' 이지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고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농협 개혁의 핵심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농협이 개혁에 성공하려면 이해관계자들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중앙회장의 경우 신용ㆍ경제사업 대표와 사외이사 등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인사위원회' 같은 투명한 조직에 넘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협은 이에 대해 "회장의 권한을 줄이는 데 대해 일선 조합장들이 반발하고 있고 각 사업부문이 갈등을 벌일 때 인사권을 가진 회장이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의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사권이 없더라도 회장이 이사회 의장이 되면 충분히 사업부문 간 마찰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 임직원들은 고임금이라는 특권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광원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농협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6785만원으로 시중은행 평균 수준이었다. 반면 작년 신용부문(금융사업)의 직원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약 7000만원으로 신한은행(1억77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게다가 매년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내고 있는 경제(유통) 사업의 직원들이 신용부문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에서 유통업계의 평균연봉은 최하위 수준이다. 21개 농협 자회사 중 신용부문의 일부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 자회사의 임원 자리를 중앙회 출신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

2017년까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나누겠다는 신경(信經)분리도 관계부처의 기득권에서 벗어나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경분리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는 농협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질 것으로 우려,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편이다.

황 연구원은 "농협이 중앙회 중심으로 운영돼 지점과 유통망이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많은 게 문제의 발단"이라며 "지역조합을 합쳐 농민 밀착형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